제69회 뉴스부문_ 합참 설계도 외부 유출 연속보도_YTN 김문경 기자

합참신청사의 EMP 방호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전자폭탄인 EMP탄 방호 시설은 생소한 분야다. 핵폭발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해 각종 전자기기(무기체계 통제 등)를 일시에 무력화시키는 폭탄이 EMP탄이다. 아직 지구상에 이런 폭탄이 존재하는 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대비해 EMP 방호 시설 구축이 한창이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도 생소한 분야다보니 일반 국민들에게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국방부에 두 번째로 출입하면서 합참신청사를 살펴보던 중 준공 전후에 잡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군 기밀 유출과 부실시공 의혹 등이었다. 전쟁지휘부인 합참 설계도를 갖고 있다는 업체 대표를 만나 취재를 시도했지만 국방부와 계속 사업을 해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취재에 쉽게 응하지 않았다. 군 기밀이기 때문에 다른 루트로의 접근도 불가능했다. 업체대표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인생이 걸려있는 문제다보니 인내심이 필요했다. 설득과 기다림이 반복되는 사이 반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계속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업체 대표에게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으니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이야기였다. 대표를 만나 합참신청사의 설계도면 등 관련 자료를 취재하고 국회 등을 통해 후속 보도를 준비하는 사이 또다시 한 달이 흘렀다. 기무사에서 당시 관련 도면을 빨리 회수하라고 했지만 국방부는 2년 동안이나 속수무책이었다는 내용, 합참의 지하 벙커가 노출될 우려까지 나왔다는 내용 등이 이 시기에 추가로 포착됐다. 그러나 보도하지 말라는 신의 뜻일까? 취재한 내용을 모두 종합한 뒤 기사 작성, 제작까지 마치고 출고될 날을 조율하던 중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YTN은 곧바로 특보체제로 전환되면서 ‘세월호’ 이외의 보도는 모두 홀드됐다. 또다시 한 달 가량을 기다려야만 했다.

5월 12일부터 나흘 동안 연속 단독보도 이후 군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방부가 국민의 돈을 떼먹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맞는 말이다. 군 기밀급 설계도가 외부로 유출 (정확히 말하면 국방부가 설계를 맡겨놓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으니 유출이라기보다는 업체가 개인재산을 보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됐는데도, 군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회수하지 못했다. 1차 조사를 했던 기무사가 회수 건의를 했는데도 말이다. 업체측에 설계용역을 시켜놓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으니 회수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YTN에서 실태를 보도한 뒤에야 군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13개 관련업체를 압수수색해 유출된 설계도를 회수했고, 관련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방부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후속보도를 위한 자료를 수집중이다. 합참신청사 뿐만 아니라 EMP시설이 건설되는 곳은 많다. 대표적으로 남태령 B-1벙커(유사시 대통령 등 지휘시설), 계룡대 벙커 등 806사업(806사업에서도 기밀유출이 적발돼 민간이 2명이 구속된 바 있다)이 있고, 그 외에도 군과 관련된 시설 200여 곳에서 EMP시설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 곳당 예산을 최소 100억 원씩만 잡아도 (합참신청사 EMP시설도 100억 원대) 2조 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검증이 쉽지 않겠지만 유사시 대비시설인 만큼 제대로 된 설계와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보도가 그 첫 단추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