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_ 기획다큐부문_ 신년기획 '2014년 북한의 선택은'_KBS 김귀수 기자

<기차타고 평양 지나 단둥 가는 꿈을 꾸다>

타이틀은 ‘신년기획’에 방송 날짜까지 남은 시간은 8주. 하지만 제작자인 나는 난생 처음 만들어보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
취재 후기를 이렇게 엄살로 시작해본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기획에 많은 고민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주제를 잡고 취재를 해야 했다. 그래서 북한의 변화, 그 중에서도 경제적 변화상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김정은 집권 2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그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이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얘기하자고 했다. 

기획을 하자마자 콘티도 짰다. 나중에 수정해가면서 프로그램을 만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북한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관광, 경제개발구, 철도 등으로 섹션을 나누고 각각의 섹션에 힘을 줄 소재를 취재하기로 했다. 

취재 과정에서 귀가 확 뜨일 만한 얘기를 들었다. 중국 기업이 북한에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중국 측은 상지그룹 컨소시엄, 북한 측 파트너는 김정은 집권 이후 외자유치를 전담하고 있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 게다가 상지그룹 컨소시엄에 한국 기업인도 포함됐다. 어렵게 사업 관련자를 만나 사업 전후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사업이 내 프로그램의 ‘킬러 콘텐츠’가 되겠구나 싶었다. 상지그룹과 국가경제개발위원회 간에 체결한 MOU 합의문도 구했다.

그런데 국회에서 이 내용이 공개돼 버렸다. 다음날 언론들이 국회 발로 이 내용을 전했고, 별 수 없이 나도 그 동안 취재된 내용을 9시 뉴스로 보도해야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프로그램 방송 날 9시 뉴스로 해당 내용을 보도하고, 자세한 내용을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 부분은 아쉽다. 

해외 취재 부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발표된 북한의 13개 지역개발구 가운데 한 곳의 개발 책임자가 어찌어찌해서 섭외가 됐다. 연길에서 이 사람을 만나기로 했고, 가슴이 부풀기도 했다. ‘한국 언론 최초 인터뷰’ 등등의 앵커멘트도 떠올랐다. 지면을 통해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결국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2차례의 북중 접경지역 취재는 기대 수준의 50% 정도의 성과만을 올린 채 마무리됐다. 그나마 연변 조선족 취재원을 시켜 북한 나진선봉의 가장 최근 영상을 찍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 됐다.

함께 취재한 김개형 선배는 중국 단둥에서 평양 국가경제개발위원회와 전화 통화에 성공했다. 현재 국가경제개발위원회의 목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등이 생생히 녹음됐고, 9시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됐다. ‘한국 언론 최초’다.

이번 취재를 하며 배운 것, 느낀 것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진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전의 경제 개혁과는 다른 모습이다.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제도적으로 불합리했던 것들을 정비했다. 세제나 이윤 보장 기간 등에서도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선뜻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이나 나라는 없다. 현재 유엔 제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투자를 통한 이윤 창출, 이것이 기업의 목적인데 이윤 창출이 어렵다고, 또는 기업을 언제든 당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서방세계에 있어서 현재의 북한은 그런 이미지다. 

그럼에도 중국은 꾸준히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다. 개성~신의주 고속철 건설 합의, 그리고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철도 시설이 대규모 건설되거나, 개보수 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해야 하는데.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각별하고, 또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는다. 나에게 이번 프로그램이 그렇다. 취재가 한창 진행중일 땐 서울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북한을 가로질러 단둥에 가는 꿈도 꿨다. 실제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올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그 희망과 관련해 남북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