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_ 지역보도 뉴스상_ 요양원에서 치매노인 폭행_ 대구MBC 도성진 기자

우리 모두는 늙는다… 소풍 같은 인생, 그 쓸쓸함에 관하여..

{치매에 걸린 노모, 암 투병중인 아내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한 가장이 있다.

모두를 감당하긴 힘들고, 넉넉잖은 형편에 그가 기댈 거라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요양원이 전부였다. 등급을 높게 받기 위해 어머니께 될 수 있으면 모든게 다 힘들다고 해달라는 아들…하지만 어머니는 사회복지사 앞에서 모든 것이 성한 듯 행동하고.. 요양원에 기댈 희망도 그렇게 사라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예쁘게 치장한 어머니와 함께 한 외출에서 가방 가득 뭔가를 채워 넣은 어머니는 자식의 뒷모습을 보며 실은 무거운 돌을 가득 담은 가방을 가슴에 품고 강물로 뛰어들어 ‘소풍’같았던 인생을 마감한다.}

창작만화공모전 수상작인 단편만화 [소풍]의 내용이다.

최근 어느 아침, 이 만화를 우연히 보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되뇌며 눈물 흘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바로 대구 한 요양원에서 발생한 ’80대 치매할머니 폭행사건‘. 피해 할머니 아들이 촬영한 CCTV영상은 충격적이었고 요양원의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철창으로 둘러싸이고 문이 닫혀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 없었던 요양시설. 그 안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폭행사건이 보도되자 네티즌은 함께 분노했다. 우리 모두가 늙고 병든 어머니, 할머니를 모시고 있고, 너도 늙고 나도 늙어 언젠가는 우리에게 닥칠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깊은 공감과 두려움에서일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고령화 시대, 노인 복지의 핵심 축이 돼야 할 이 제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도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완전 시장화를 추진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개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요양시설은 폭증세를 이어가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다. 요양보호사 자격은 따기 쉬워 자격증 소지자는 넘쳐나지만 극심한 노동 강도와 불안정한 고용, 낮은 임금이라는 삼중고 속에 실제 일하는 비율은 20%대에 그치고 있고, 학대나 폭행을 감시할 수 없는 시스템과 열악한 환경은 연약한 노인들의 인권침해를 불러오고 또 방치되고 있다. 매년 3조원 가까운 세금이 투입되지만 양적공급에 치중한 정부 정책은 ’서비스 질’의 하향평준화를 방치했고,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이대로라면 우리 모두가 비좁은 요양시설에서 쓸쓸하고도 비참한 노후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닐 것이다.

취재 과정에 국회 보건복지위와 보건복지부와 접촉해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고, 실태를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대구시도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문제들에 깊이 공감하고 정부를 상대로 정책적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요양보호사와 요양원장은 입건됐고 알만 한 폭행을 눈 감은 협력병원에도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충격적인 CCTV 폭행 장면만 머리에 잠시 스쳤던 사건이 아니라 우리 노인복지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그래서 제도 보완의 계기가 된 사건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모두는 늙고, 언젠가는 정부의 복지라는 틀에 여윈 몸을 기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