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_ 지역보도부문 기획다큐상_ 고려인 문명을 새기다_ 대구MBC 마승락 기자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한국인이라면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우리들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서양인들이나 세계인쇄사는 인류 최초의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인쇄 출판문화를 적극적으로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고려 금속활자의 탄생 배경과 과정 및 그 의미를 되짚어보고, 그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려 한국이 금속활자 인쇄분야에서 종주국의 위치에 있음을 각인시키고자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우선 고려인들이 왜 금속활자를 만들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현존하는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직지’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 측에서는 파손의 이유로 촬영은 물론 열람조차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것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났으나 그러나 이것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제작진은 포기하지 않고 수 개월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다큐멘터리의 제작의도를 이해한 프랑스국립도서관 측으로부터 ‘직지’ 촬영 및 조사까지 허가받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에 직지 원본을 방송사 최초로 촬영 및 정밀조사까지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일부에서 제기하는 ‘직지’가 목활자로 인쇄되었다는 기존의 논란을 실물 조사를 통해 ‘직지’ 전체가 모두 금속활자로 인쇄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작진은 2년 전에 경북대 남권희 교수(前한국서지학회장)가 발표한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검증에 나섰습니다. 우선 현존하는 목판 번각본 증도가와 활자의 서체를 비교한 결과, 90% 이상 일치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번각본의 특성을 고려하면 동일 활자로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좀 더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탄소동위원소연대측정과 납동위원소비산지추정법을 택해 검증을 시행하였습니다. 우선 탄소동위원소연대측정 분석 결과 활자에 묻어있는 먹이 850년에서 1200년대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고려가 금속활자로 증도가를 인쇄한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납동위원소비산지추정법 분석 결과 증도가자 제작에 사용된 원료인 납의 산지가 현재의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광산으로 나와 ‘증도가자’가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금속활자임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증도가자는 도대체 8백 여 년 동안 과연 어디에 어떻게 있다가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작진은 그 해답을 중국 단둥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유물이 몰래 거래되고 있다는 단둥 최대의 골동품가게에 잠입해 국보급 고려시대 유물이 개경에서 불법으로 도굴되어 팔리는 현장을 촬영할 수 있었고 거기에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법으로 팔려나간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100여 년 전 가난해서 그 가치를 몰라 프랑스로 팔아넘긴 ‘직지’의 아품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고 하루빨리 문화재청과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끝으로 본 프로그램이 우리 선조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고려금속활자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위상을 바로 세우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