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지역보도 뉴스상_예산 새는 임대농기계 사업_KBS춘천 박상용 기자

임대농기계 사업의 전환점이 됐으면

임대농기계 사업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고령화된 농촌의 일손을 돕고 농업인들에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하는 농기계 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업 10년을 넘어선 지금까지,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2300억 원이 투자됐고, 앞으로도 11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대형 사업입니다. 총 투자금액은 앞으로 예정된 액수를 포함해 3400억 원에 달합니다.

취재는 올해 봄 강원도 춘천에서 농기계 관련 리포트를 제작하면서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농기계 보관 창고를 촬영하던중, 농번기 한창 쓰여야할 기종임에도 장기간 방치돼 있던 기계를 발견한 겁니다. 춘천시농업기술센터에 운영 실적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당황해하며 세부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설득 끝에 자료를 얻어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생각보다 임대농기계 운영 실적이 상당히 저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단 춘천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원도와 18개 시군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임대농기계 사업을 진행하는 모든 시군의 실적을 들여다봤습니다. 임대농기계 운영 실적이 양호한 지역과 기종도 일부 있었습니다. 역시 1년 내내 임대 실적 없는 기계가 적지 않았습니다. 놀고 있는 기계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운영하는 강원도 모든 지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적게는 수 백 만 원에서 많게는 1~2억 대 농기계가 아예 임대되지 않거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채 창고에 방치되고 있었던 겁니다. 취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광역단체를 제외하고는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습니다.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며 자료를 모아갔고 서울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 자료를 모아보니 임대 실적만 14,000건을 넘었습니다. 문제는 이앙기와 콤바인 등 누구나 아는 농기계 지식 밖에 없던 제가 이름조차 생소한 수 십, 수 백 종류의 농기계를 알아야했던 점입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농기계 대리점의 홍보물을 구해가며 공부하고 관련 지식을 익혔습니다. 데일리 업무를 해가며 관련 아이템을 준비하고 또, 농기계 지식을 익혔던 제법 긴 시간이 저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유익했습니다. 몇 달 간의 준비와 분석 끝에 나온 결과는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비단 임대농기계 사업의 부실 문제가 비단 춘천과 강원도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겁니다.

전국에 있는 농기계 10대 가운데 3대 이상은 임대 실적이 아예 없거나 1년에 10일 미만으로 매우 저조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농기계를 관리, 운영하는 상당 수의 직원들이 코앞에 닥친 업무를 처리하는데 바쁠 뿐 실적 관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예산 들여서 기계를 사놓기만 했지 실적 제고를 위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겁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같은 농기계를 같은 해에 구입하는데도 지자체마다 구입가격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지역 업계 현실이나 입찰 방식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입가가 너무 많이 벌어졌습니다. 더욱이 몇 해 전 전국의 농업기술센터 직원 80여 명이 농기계 관련 업체로부터 향응이나 뇌물을 받았다가 무더기로 사법처리를 받았던 터라 의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가격 편차가 심했던 농기계를 압축해 현장을 취재해보니 개선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강원도를 포함해 호남과 영남을 모두 다니면서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방송했습니다.

임대농기계 사업의 경우 농촌 현실을 고려해 좋은 취지로 시작된 만큼 앞으로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지만 리포트의 무게중심이 사업의 대안과 개선 쪽에 쏠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문제점을 발견한 만큼 농업인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던 만큼 이 부분을 조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농기계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었던 지자체가 있었던 반면에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지자체도 있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강원도 홍천의 소규모 단위농협이 벼 수확 시기에 차이가 있던 경북 구미의 단위 농협과 콤바인을 교차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시행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공무원의 속성상 인력과 장비를 쉽게 늘리기 어려운 만큼 아이디어를 짜내 추가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지 않고도 농기계를 배달해주는 지자체도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농업인들의 상당수는 임대 농기계가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를 제대로 조명하고 보도하는 일이 저의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앞으로 1100억 원이 추가 투자되는 사업인만큼 저의 보도가 임대농기계 사업이 새롭게 자리매김하는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취재하는데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전영창 보도국장과 최진호, 심재남 부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제 아내 수미와 아들 선우,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와 수상의 영광을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