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지역보도 기획다큐상_100억 차익 노린 불법개발, 공무원 개입 의혹_KBC광주방송 박승현 기자

귀찮다고 깊이 있게 취재하지 않고 단순히 겉에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 보도를 했더라면 그저 그런 기사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큰 상을 받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공무원이 개입한 불법 부동산 개발은 아마 문제없이 지금도 계속됐을지도 모릅니다.

100억 원의 차익을 노린 불법 부동산 개발에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취재는 한 통의 제보전화에서 시작됐습니다. 내용은 순천만 인근 야산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 취재진은 곧바로 현장을 찾아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눈으로 확인한 결과 난개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순천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은 싹둑 잘려 나갔고 전에 없던 콘크리트 진입로까지 생겨 흉물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일단 산 정상까지 올라가 현장상황을 취재한 뒤에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탐문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마을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난개발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순천만 인근에서 어떻게 난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혹. 취재진은 곧바로 순천시청을 찾아 지적도를 직접 떼어보고 해당 산이 원래 도시개발법상 개발이 엄격히 금지된 곳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겠구나.” 속으로 자신하며 허가를 내 준 공무원들을 상대로 취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진입로가 있는 산은 예외적으로 개발행위가 가능하다는 법적 근거를 내밀고 허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취재진을 오히려 몰아세웠습니다. 공무원들의 해명에는 허점이 없었습니다. 할 말이 없어진 취재진은 서둘러 청사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의 ‘예외적’이란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왜 예외를 해줬을까 하는 의혹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생각으로 해당 산에 어떻게 건축허가가 났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취재진이 열흘 뒤에 받은 자료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1차 건축심의에서 불허가 결정을 받은 해당 개발행위가 어찌된 일인지 2차 건축심의에서 허가로 바뀌어 결정된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차 건축심의에서의 불허가 결정이유가 ‘진입로 미확보’였다는 것. 공무원의 해명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일단 데스크와 상의해 데일리 뉴스에 빠지는 대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보기로 했습니다.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받은 막대한 양의 자료를 취재진은 꼼꼼히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날짜별로 도표를 그려가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표시해 갔습니다. 꼬박 사흘에 걸쳐 자료를 분석하고 이후 다시 사흘 동안 현장취재를 한 끝에 결국 공무원들이 허위공문서를 만들어 진입로를 개설해 주고 이를 근거로 개발행위를 허가해 준 의혹을 포착해 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몇 명의 공무원이 이번 일에 개입했고 왜 불법을 자행했을까 하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일단 허가과정에 있던 공무원들의 리스트를 작성한 뒤 문제가 있어 보이는 공무원들을 다시 추렸습니다. 그리고 그 공무원들을 상대로 일대일 취재와 주변 탐문취재를 병행해 갔습니다.

꼼꼼하고도 은밀한 취재가 일주일을 넘어서면서 순천시청 감사실도 이런 의혹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감사 특성상 이런 문제는 절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정보라인을 총동원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결국 면사무소와 허가담당부서, 예산배산 부서에 있는 간부 공무원을 포함해 공무원 11명이 개입된 걸 파악했고 이들 모두 개발업자와 선.후배 사이로 얽혀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공무원 내부조직을 이 잡듯이 뒤져 개발업자와 이번 일을 주도한 면사무소 6급 공무원이 친구사이고

6급 공무원의 친동생이 허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 본청 건축담당인 걸 파악했습니다.

여기에는 주민대표 2명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진입로가 있는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들이 주민대표 2명을 시켜 진입로 포장을 건의하도록 조종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특히 여러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개발업자가 평당 17,000원에 매입한 해당 산 6천 평은 개발 뒤에 평당 2백만 원으로 무려 102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100억 원대의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린 전형적인 부동산 개발이 공무원들의 부정한 도움을 받아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개발업자가 당초 계획했던 단독주택이 아닌 펜션단지를 조성하려 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습니다.

이렇게 20일 동안 확인에 확인을 거쳐 만든 ‘100억 원 차익 노린 불법개발, 공무원들 개입의혹‘ 기획기사가 KBC 뉴스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그리고 KBC 시사프로그램인 시사플러스를 통해 뉴스에 담지 못했던 여러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 방송했습니다.

KBC 단독보도 이후 순천시는 해당 개발행위를 전면 중단시키고 허가 자체를 취소하기 위한 법적인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불법적으로 이뤄진 개발행위 허가 전 과정은 물론 개발업자와 공무원 간에 뒷거래는 없었는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마을주민들은 첫 보도 다음날 회의를 열고 즉각 원상복구를 해줄 것을 순천시에 요구했습니다.

지역방송의 특성상 하루하루 아이템 챙기기에 바쁘다보니 힘들어 보이거나 발품을 팔아야 하는 취재는 그냥 포기하거나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사실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취재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린 끝에 결국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 아닌 그 이면에 있는 진실을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사를 쓰는데 역시 왕도가 없다는 사실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