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뉴스부문_무선전화기, 돌연 석달 뒤 사용금지_SBS 김수형 기자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2백만 원 이하 과태료’

과연 사실일까 싶은 내용입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할 때나 일어날 것 같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올해 말로 주파수 사용이 종료되는 아날로그 무선 전화기 사용자 10만여 명에게 실제 일어날 뻔 했던 일입니다. 지난 9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날로그 무선 전화기를 종료한다고 발표할 때는 이런 무시무시한 내용이 숨겨져 있다는 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900MHz 대역을 사용하는 무선전화기의 주파수 사용 기한이 끝나고, 그 뒤로는 불법 기기가 된다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관련 전파법 규정을 확인해보니 불법 기기가 된 무선전화기는 2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 규정을 적용받고 있었습니다. 내년 이후에는 정부는 언제든 아날로그 무선전화 사용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됩니다. 과연 이런 황당한 일이 가능할 까 싶어 미래부에 확인을 해보니 과태료 집행 여부에 대해서는 선뜻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바로 옆 주파수를 사들인 KT와 주파수 혼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신사와 규제기관, 그리고 사용자 10만여 명이 엮여 있는 예민한 문제였습니다.

KT는 지난 7월, 주파수 간섭 시연을 했습니다. 정치부에 오기 전 IT 분야를 담당해 봤지만, 통신사들이 서비스가 안 된다고 시연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KT는 무선전화기 때문에 먹통이 되는 LTE 스마트폰을 눈으로 보여주며 주파수를 판 정부를 원망했습니다. 정부는 LTE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주파수를 매각했기 때문에 KT의 항변에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 당시 시연회에 나왔던 KT 간부는 인터뷰 말미에 “정부와 얘기가 잘 될 거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정부는 KT에 불량 주파수를 팔았다는 것에 마음의 빚을 안고 있었는지, 선량한 10만여 명의 범법자를 만들지도 모르는 무선전화기 사용 종료를 9월에 슬쩍 공지했습니다. 통신사의 우는 소리에는 쉽게 반응해도, 영문도 모르고 전화기를 잘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안중에도 없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사용 종료를 예고하면서 과태료 유예와 함께 아날로그 무선전화 종료에 대한 홍보강화 방안을 같이 발표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부는 홈페이에 작은 배너 광고 하나 띄워 놓고는 자기들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미래부에서 주파수 분야를 담당하는 부분은 주로 사업자들과 상대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민원을 들을 기회가 적다고 합니다. 취재를 하면서도 규제기관이 정하면 사업자들은 따라야 한다는 ‘갑’ 마인드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책 변화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해야할지, 피해를 입는 사용자는 없는지 고민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보도 이후, 정부가 사용자들의 피해가 없는 쪽으로 과태료 부과 백지화를 명확히 밝히고, 홍보부족에 대해 장관이 사과한 것은 평가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고지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