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지역보도 기획다큐상_아틀란트를 찾아서_KNN 김상철 기자

저는 지금  미국 팔로 알토라는 도시에서 1년간 연수중입니다.  팔로알토는 미 서부의 명문대학 스탠포드가 있고,  고 스티브 잡스가 살았던 곳, 실리콘 밸리의 중심 정도라고 하면 대충 도시 이미지가 떠오르실 겁니다. 멀리서 보면 도시 전체가 숲입니다. 높은 건물도 없고,  레드우드라는 소나무가 워낙 높아서 10층 정도의 건물은 아예 가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사막입니다. 이곳에 온지 이제 두달이 다 돼 가지만 비는 정말 딱 한번 겪었습니다. 그것도 잠깐 동안 말입니다., 현대 도시는 사막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프로그램 “아틀란티스를 찾아서”를 제작하고 난 저는 정말로 사막에 와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한 정말 묘한 기분입니다.

제목이 좀 뜬금없긴 합니다. 아틀란티스라니…., 만화영화 제목으로 잘 등장하는 제목입니다. 대서양 어디엔가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고대도시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도시는 계속 반복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물입니다. 도시 전체가 운하로 연결돼 있고, 바로 바다로 연결된 도시의 이미지말입니다. 이런 도시, 아니 근접한 모델 정도라도 찾을 수 있을까? 7개국 12개 도시로 이어진 기나긴 여정은 이런 비현실적인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참 많은 도시를 다녔습니다. 주제가 물이이서, 정말 물도 많이 먹고, 배도 많이 탔습니다. 태국에서는 물에 가라앉는 도시를 취재한다고 섬이 아닌 섬에서 생활도 했습니다. 바닷물이 수시로 들어차는 곳,  기둥위에 올라선 집 밑에는 밤새 바다가 흘렀습니다. 놀이를 할 공간을 바다물에 빼앗겨 버린 아이들은 한국처럼 집안에 앉아 스마트폰에만 열중했습니다. 공간의 부족에서 동심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먹는 물의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온 생수를, 소득의 많은 부분을 지출해서 사먹고 있는 저개발국가의 도시 사람들, 먹는 물조차 자급하지 못하는 이런 도시 문명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취재를 하면 할수록 현대 도시의  물 위기가 정말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잘 전했냐고 물으신다면, 조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현대 도시의 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한번 다뤄봤습니다. 위기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사실 이런 총체적인 시각은 최근 국내 다큐에서 잘 찾아볼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다양한 주제들이 다큐로 다뤄졌고, 점점 더 세부적인 주제로 이동해왔기 때문입니다. 처음에서 한국의 숲을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야생화라는 주제를 넘어, 한 꽃에 대한 이야기로 이동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도시와 물의 문제가 전면적으로 다룬 다큐가 그동안 국내에 단 한편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저는 숲을 보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틀란티스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항로를 가야 할 것인지를, 열기구를 타는 느낌으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그래서 참 많은 도시와 사례를 60분 다큐멘터리, 2부작에 그야말로 몰아넣었습니다.

석달간 이어진 해외취재와, 두달 넘게 이어진 후반작업,  프로그램을 완성하자마자 저는 팔로 알토로 훌쩍 날아왔습니다. 이곳은 사막이긴 한데 정말 물이 풍부합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이 도시는 말 그대로 나무와 잔디를 수돗물로 키우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고, 하루에도 몇번씩,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시간에도 집 앞 잔디밭에서 스플링클러가 물을 뿜어내는 소리가 나름 요란합니다. 왠만한 주택은 다 수영장을 갖춰 놓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잔디에 주는 물값만 집 규모에 따라 한달에 최소 백달러 정도부터 수백달러씩 낸다고 합니다. 아마 수영장이 있는 집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 사막도시에서 사람들은 정말 말그대로, 물을 남용합니다.  길게는 천킬로미터 이상을 먼곳에서 이동해 온 이 생명수를 말입니다. 다운타운의 고급 식당에선 물을 시키면 아무 말이 없어도 이태리산 생수가 나옵니다.  역시 지구 반바퀴 이상을,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수송해 온 물입니다.  미국의 이 부유한 도시에서 저는 오히려 더 초조해집니다.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위태로운 집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만든 다큐 “아틀란티스를 찾아서”가 저한테 심어준 새로운 신경증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