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뉴스부문_ 국정원 대선개입, 숨겨진 진실 _ KBS 김귀수 기자

<기사도 살아있는 생물>

사정기관 관계자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국정원 심리전단이 화제에 올랐다.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많은 팀이 국정원 심리전단 안에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법정으로 간 사건이었고, 나올 만한 뒷이야기들도 대부분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심리전단의 정확한 구조나 규모는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쉬엄쉬엄 검찰 안팎을 두드렸다.

그 과정에서 다른 언론에서 보도한 수사기록을 입수하게 됐고, 수사기록을 검토하던 중 국정원 내부에서도 댓글 찬반 작업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취재하고 있던 내용과는 별도로 일단 이 내용을 보도했다.

심리전단의 규모와 관련된 내용 확인을 위해 여로 경로를 취재했고 점차 윤곽이 잡혔다. 3차장 산하에 심리전단이 있고, 단장 밑에 4개의 팀이, 각 팀 아래는 4개의 파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 수사는 사실상 ‘국정원녀’ 김모 씨가 소속된 단 한 파트에 집중됐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국정원의 심리전단 확대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처음 2개 팀으로 확대할 때 주 목표는 대형 포털, 특히 다음의 아고라였다. 아고라가 어느 정도 ‘평정’되자, 국정원은 중소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오늘의 유머’로 타깃을 옮겼다. 이후 여론의 중심이 트위터 등 SNS로 이동하자 이에 맞춰 마지막 4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모든 내용을 담을 순 없었지만 취재 과정도 나름 순탄한 편이었고, 방송도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잘 나갔다.

정치권에는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이 있고, 검찰에서는 ‘수사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이 있다. 정치 행위와 수사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개입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리포트를 하며 ‘기사도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건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보다 당시 어떤 큰 의미를 두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사실’ 하나를 더 얹는다는 생각으로 취재와 보도를 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시청자들과 동료 기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취재 과정부터 보도가 나가기까지의 과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보도 이후의 반응은 보도본부 내 ‘잡음’과 맞물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졌다.

앞에 놓인 팩트를 찾아 기사화했을 뿐인데, 주변의 예상치 못한 반응과 맞물려 가치 이상의 화학반응을 일으킨,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KBS 보도에 대한 어떤 갈증, 애증 이런 것들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잡음’은 결국 해프닝으로 결론 내려졌지만, 지금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덧붙여 이번 보도들뿐만 현재 서초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첨예한 사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항상 노력하고, 못난 선배들에게 끊임없이 공정방송에 대한 자극을 주는 KBS 법조팀 후배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뱀발 : 심리전단 관련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국정원에서 취재원을 알아내려고 시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국정원의 노력에 경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