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지역보도 기획다큐상_충격! 포스코 페놀 유출 파문(단독,연속보도)_KBS강릉 정창환 기자

<포스코 페놀 유출 취재 후기>

KBS강릉방송국에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주수천 하류지역에 폐기물이 불법 배출된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6월 3일쯤이었다. 옥계일반산업단지로 연결되는 하천 교량건설공사를 하고 있는데, 터파기 작업 도중에 심한 악취와 함께 시커먼 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분야라 쉽게 단정할 수 없어 사전취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해경과 강릉시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했다. 다량의 폐기물이 인근 산업단지에서 지하수를 타고 흘러나와 외부로 유출됐다는 내용으로 조심스럽게 포스코 마그네슘제련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포스코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였고, 강릉시와 해경이 사고현장에서 폐기물을 수거해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 의뢰하면서 유출사고 사태가 잠잠해지는 듯 했다. 물론 당시 강릉시는 언제나처럼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 하지만 20일 뒤 폐기물 유출사고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된다. 검사 의뢰한 폐기물을 분석한 결과 유독성 발암물질인 페놀이 허용 기준치를 무려 100배 이상 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 낙동강 페놀 유출사고로 전국이 시끄러웠던 상황을 되새기며 KBS강릉방송국 보도부는 즉각적이고도 집중적인 보도를 할 것을 결정했다. 결과 발표 당일 ‘포스코, 페놀 다량 유출’과 ‘잘못된 시공이 원인’이라는 연속 보도를 시작으로 장장 20일 동안 끈질긴 보도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유출에 따른 해양 오염 우려’에다 ‘유출사고 대응…주민 반발’,‘눈치 보는 행정당국’,‘포스코 공장가동 중단 결정’ 등이 당시 연속 보도의 주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포스코가 시설개선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취재에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취재 초기 현장취재에 어려움이 많았다. 최초 유출사고 현장이 포스코 마그네슘제련소 내부에서 회사측의 허락이 없으면 취재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화면 촬영이나 사고 관계자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포스코는 초기 직접 대응을 피하고 하청업체나 지역민 출신 직원들을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일쑤였다. 결국 취재진은 포스코가 취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대응자세를 보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서야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 행정당국의 소극적인 대처도 현장에서 문제를 키웠다. 사고가 발생하면 강릉시 등 행정당국이 강력한 행정명령을 발동해 현장의 오염피해 확산 저지와 추후 신속한 대책 수립에 앞장서야 하는데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듯한 행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어느 소도시나 기업체 유치에 목을 매면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비일비재한데 바로 포스코 마그네슘제련소가 강릉시가 그런 과정을 통해 옥계에 유치한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포스코가 초기에 안하무인격인 자세로 페놀 취재에 대응하고 나온 것도 일견 이해될 정도였다. 사실 포스코는 아직까지 강릉시민에게 페놀 유출에 대한 공식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강릉시는 이에 대해 포스코 담당 사장이 강릉시장을 만나 유감을 표했다고 대신 해명하는 지경이다. 더구나 인구 20만 명에 불과한

지역 소도시 여건상 취재진에게 각종 인맥을 통한 수많은 압력이 쏟아졌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까지 찾아냈냐고 놀랄 정도였다.

이처럼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페놀 유출사고 취재에서 KBS가 주도권을 쥐게된 결정적인 기회가 지난달 17일 포스코 담당사장의 강릉시 방문이었다. 당시 KBS는 포스코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사장을 상대로 직접 취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포스코는 사장의 방문이 페놀 유출사고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강릉시장을 만나 2단계 마그네슘제련소 확장사업에 대한 사전논의 성격이라고 둘러댔다. 물론 취재진의 취재 요청도 거절했다. 하지만 당시 엄기숙 기자가 직접 포스코 사장을 쫓아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인터뷰 요청했고, 사장이 취재진을 피하는 상황 등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물론 당시 취재물은 ‘페놀 유출사고를 낸 대기업이 사고 대응에 제대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내용으로 KBS1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다. 포스코가 한순간에 공해기업, 부도덕한 기업으로 전국에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물론 씁쓸하게도 다음부터 포스코의 적극(?)적인 협조로 페놀 관련 취재는 이전과는 달리 좀 더 편하고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지역 소도시에 진출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역에 대한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재 포스코의 페놀 유출사고는 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조사와 공장가동 중단이라는 상황을 맞고 있다. 유출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오염 정도와 오염 확산 범위, 복구방법 마련 등을 정밀 조사하는 중이고, 또 포스코는 최초 페놀 유출지점인 지하 저장탱크를 지상으로 옮기는 등의 시설개선사업을 위해 오는 10월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해 현재 가동 중단중이다. 또 현지에선 주민대책위가 꾸려져 조사 협조는 물론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으니 당분간 지켜볼 일이다. 물론 KBS는 계속 지켜보면서 지역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들이 새롭게 나타나면 즉각 보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KBS는 단독보도 이후 6주 동안 리포트 15건에 모두 26건의 기사를 연속 보도했다. 과거 사건사고 보도 시 1회성이나 이벤트성 보도가 잘잘못을 따지고 근본 개선책을 이끌어 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만은 최초 보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심도 있고 끈질긴 후속 보도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KBS강릉방송국 보도부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보도가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취재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할 수 있다. 포스코 페놀 유출사고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바라는 일이겠지만, KBS의 보도를 통해 폐놀사고 이전으로 강릉 옥계지역의 환경이 완전 복구되고, 재발 방지책이 꼭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세계적인 철강기업이 포스코가 이번 사고를 지역,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이번 포스코 페놀 유출사고 연속보도로 KBS강릉방송국 보도부는 어려운 시대상황에서도 언론이 가야할 길, 해낼 수 있는 능력,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됐다.

끝으로 인력이 부족한 여건에서도 페놀 유출사고에 힘을 실어준 권혁일 보도부장과 함께 동분서주했던 취재와 촬영기자 전원에게 감사드린다. 또 ‘이달의 방송기자상’ 선정으로 전국 방송기자를 대신해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방송기자연합회에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