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뉴스부문_'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건 포착!_ YTN 이승현 기자

국정원 트위터, 진짜 있는 걸까?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유독 ‘인터넷 댓글’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넷 댓글보다 더 파급력 있는 트위터 등 SNS에 대해서는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 무렵 인터넷에서는 ‘오늘의 유머’ 등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단 사람이 트위터에도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의심된다는 계정들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국정원 의심 트위터 계정이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고, 지난 대선 기간 조직적으로 활동했을까?

검찰의 입장은 간단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의심 계정들은 이미 다 삭제됐고, 트위터 서버가 미국에 있어서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트위터 계정 수십만 개 가운데 이른바 ‘의심 계정’들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 것인가, 또 삭제된 계정들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그 때 떠오른 것이 이른바 ‘빅데이터’ 분석이었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데이터 집합 속에서 의미를 찾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국내 수십 개 업체와 접촉을 했고, 긴 설득 작업 끝에 한 곳에서 취재 협조를 이끌어 냈습니다. 더욱이 해당 업체는 전체 트위터 글 가운데 60%를 채집,저장해 놓은 곳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삭제된 트위터 계정이 남긴 글들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의심 계정을 정밀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얼마든지 국정원 의심 계정의 활동을 분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먼저 의심 계정을 분류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종북’ ‘좌파’ ‘대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선거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트위터 글을 분류했고, 이 가운데 부정적인 글과 긍정적인 글을 나눠서 분석했습니다. 이같은 분석만으로도 ‘오늘의 유머’ 등에 올라온 국정원 의심 댓글과 유사한 글들이 3만 건 이상 확보가 됐습니다.

다음으로 이같은 글들을 올린 계정 가운데 서로의 글을 집단적으로 리트윗 해 전파하며 관련성을 보인 계정과 특히, 12월 11일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발생한 날 트위터에서 집단 탈퇴해 삭제된 계정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선별된 10개 계정을 ‘국정원 의심 계정’으로 분류했습니다.

해당 의심 계정 10개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올린 글들을 다시 분석했는데, 모두 만천여 건의 글이 복원됐습니다. 검찰이 삭제됐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던 의심 계정 10개가 남긴 대선 개입 의심 글 만 천여 건이 복구된 것입니다. 삭제된 계정 복구가 가능하다는 1차 보도가 나간 당일, 검찰은 트위터도 수사하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국정원 트위터’, 국내정치 현안에도 개입했을까?

이후 정치권은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반값 등록금’ 문건을 통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대북 심리전 차원이 아니라 국내 정치 현안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의심계정 10개가 국내 정치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를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분석 기준은 의심 계정 10개가 올린 글을 ‘박원순 문건’과 ‘반값 등록금’ 문건에 나온 키워드 6개(박원순, 좌파, 반값 등록금 등)를 중심으로 다시 복원했습니다.

특히, 의심계정들과 연관성이 있는 계정들까지 함께 분석했는데, 모두 2만여 건의 글이 복원됐습니다. 그런데, 분석 결과 특이 사항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의심 계정이 올린 글은 같은 시각에 수십 개, 많게는 150개가 동시에 리트윗돼 전파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박원순 시장을 비하하는 똑같은 글이 11월 31일 오후 11시 34분에 150개가 동시에 리트윗된 것입니다. 의심계정과 연관된 계정들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에 개입하려고 시도한 정황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2차 보도가 나간 당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제 리포트를 근거로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하는 발언이 잇따랐습니다. 여기에 검찰은 분석 자료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집단적으로 리트윗돼 전파된 부분은 검찰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혀 검찰 수사와 제 분석작업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검찰에 보도로 인한 파장이 이어질 그 때, ‘국정원 리포트’는 방송이 돌연 중단됩니다. ‘내용이 어렵고, 애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국정원 직원에게 반론 보도 요청 전화를 받은 뒤, 보도국 회의 내용 유출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해묵은 노사 갈등이 다시금 확인됐고, 취재 중이던 국정원 후속 보도는 제작 자체가 막혀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YTN 기자협회장은 방송 중단 사태 책임을 묻기 위한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됐습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은커녕 정파에 휘둘리며 갈피를 못 잡는 YTN의 현실이 재확인된 것입니다.

하루하루 발생 기사를 쫓기도 버거운 YTN의 속성상, 한 달 동안 취재를 벌여 팩트를 찾아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논란의 대상이 됐고, 방송을 중단시킨 일부 간부들은 분석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등 후배 리포트에 대한 폄하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대안이나 조언 같은,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선배’에게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은 애당초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YTN이라는 조직의 희망과 힘을 느끼게 한 부분, 바로 ‘기자답다는 게 뭔지를 보여준’ 선후배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징계도 불사하고 기사를 지켜주기 위해 애써준 많은 선후배들, 특히 취재 처음부터 끝까지 각을 세워주고 함께 고민해준 법조팀 고한석 반장과 이종원 기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