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기획다큐부문_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불편한 진실_ SBS 김정윤 기자

“어.. 어.. 들어간다.. 정말 들어간다” 지난 6월 22일 새벽 3시 무렵, 유흥가를 배회하던 두 연예병사가 결국은 한 안마시술소로 들어갔습니다. 한참 동안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현장21> 취재팀은 그 충격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서로에게 거듭 되물었습니다. “정말, OO랑 OO가 맞아?” 바로 앞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도 쉬이 믿기 어려웠을 만큼 화려하고도 은밀했던 연예병사들의 외출… 2달 여 동안 진행했던 탐사취재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월 가수 비의 특혜성 외출 논란 이후, 국방부는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내놨습니다. 외출 외박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군인답게 복무하도록 근무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예병사 취재의 첫 계기는 바로 이 사건이었습니다. ‘과연 이 특별관리지침이 잘 지켜질까?’라고 하는 당연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취재를 시작한 건 지난 4월 하순 무렵. 당시 다른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었지만 1주일에 하루 정도 짬을 내 국방홍보원과 연예병사 주변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스태프가 홍보원 근처에서 무작정 ‘뻗치기’에 나서기도 했고요. ‘장기 취재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하고, 하나하나 관련 증언과 현장의 모습을 조용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연예병사들의 동선과 생활상, 국방홍보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조금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6월 초, 데스크에게 보고를 하고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습니다.

장거리를 마다 않고 지방공연을 수차례 따라가 보며 밤을 지새웠고, 국방홍보원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몇 사람을 건너 수소문하는 면구스러움도 감수했습니다. 때로는 취재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도 있었고, 어렵게 만난 사람에게서 홍보원과의 관계 때문에 인터뷰하기 어렵다는 호소를 들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춘천에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애초 방송 예정일은 7월 2일이었습니다. 그런데 6월 22일 춘천 취재 직후, <현장21>팀은 내부 논의 끝에 방송을 2편으로 나눠, 예정보다 한 주 앞서 6월 25일에 1편을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보안’ 문제와 더불어 방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방부는 물론 이미 거대 권력화한 연예권력이 어떤 식으로든 ‘작동’을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방송 직전까지 이러저러한 연락을 받기도 했고, 이러저러한 곡절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1편과 2편 모두 비교적 순탄하게 나갈 수 있었고, 우리사회에 화두 하나를 던질 수 있었습니다.

국방홍보원은 어쩌면 연예병사들에겐 ‘해방구’ 같은 공간이었고, 지방공연은 ‘화려한 외출’을 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이들의 군생활은 “우리는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기간이었습니다. <현장21>이 말하고자 한 것은 특정 연예병사의 일탈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게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일일 겁니다. 시종일관 저희의 관심은 연예병사 제도가 과연 법과 원칙은 물론 국민들의 상식에 맞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에 임하는 저희의 시선은, 지금 군대에 있는 60만 장병들, 그들의 친구와 연인, 2천만 예비군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 아버지의 시선과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두 편의 연예병사 연속보도로 <현장21>은 시청자들과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거뒀을 겁니다. 이른바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고무적이었던 건, 보도 직후 <현장21> 팀으로 이런저런 제보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개인메일로 수십통의 격려와 제보 메일을 받았습니다. 제보의 내용은 비단 연예병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그동안은 말할 곳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듯, 억울한 인생사부터 온갖 비리, 사회 부조리와 관련한 내용들이 밀물처럼 들어왔습니다. “현장21이 꼭 밝혀달라”, “현장21이 끝까지 취재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달라”는 당부와 함께였습니다. 지상파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지난 정권 이래 전반적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할 말은 시원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시청자들과 국민들의 바람이 잠시나마 SBS <현장21>로 한데 모인 듯 했습니다. 

<현장21>은 몇 달째 폐지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인지도가 없다, 시청률이 낮다, 영향력이 없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붙었습니다. 그럴수록 <현장21> 기자들은 더욱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취재하고 제작에 임했습니다. 우리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이 시대 대중이 원하는 아이템, SBS 기자들만이 할 수 있는 취재와 스토리텔링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래서 비단 연예병사 편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현장21>의 보도물들은 어느 하나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아이템들입니다. 어쩌면 프로그램 폐지 시도가 역설적으로 <현장21> 기자들에게 더 강한 기(氣)를 불어넣어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SBS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보도프로그램 <현장21>은 지상파 방송 SBS가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해서도 안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연예병사 보도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제도를 바꾸어 놓았다면, 그것은 모두 <뉴스추적>-<현장21>로 이어지며 SBS 탐사보도기자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저력이 밑바탕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賞이 <현장21>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하나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