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뉴스부문_대기업 임원, 승무원 파문_ YTN 조임정,한연희 기자

작은 기사가 이끈 큰 변화

 
우연히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승무원이 맞았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것도 비즈니스 석에 탄 대기업 상무가. 폭행 이유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끓여온 라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것. 라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폭행을 하는 것이 말이 되나?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 어이없게도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임원은 이 일로 미국 입국까지 거부당했다고 했습니다. 모범이 되기는커녕 국가 망신만 시키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대기업 임원의 이야기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기사가 나던 날은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토요일 새벽에야 제대로 된 기사가 나갔습니다. 기사에는 순식간에 댓글 수백 개가 달렸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은 더 뜨거웠고, 네티즌들의 정보력은 놀라웠습니다. 차마 기사에 쓸 수 없었던 내용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까지 빠른 시간에 정보가 공유됐고, 심지어 기내 보고서까지 나돌았습니다.

기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발생한 폭력. 그 위험성에 대한 자각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기업의 사과와 해당 임원의 해임. 이어 기내 폭행을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감정노동자’ 들의 열악한 처우를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 역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한 적은 없는지 반성했습니다. 무심코 던진 말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계속됐고, 그 사회적 파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권위적인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법률 개정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회사에는 관련 사실을 고발하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한 관계 속에 상처를 받고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는지 차마 알지 못했습니다. 평소 무심코 써 왔던 ‘갑을’이라는 단어처럼 그들의 일방적인 상하 관계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그동안 ‘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작은 기사 하나에 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더더욱 기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상은 앞으로도 우리들 대다수인 ‘을’을 외면하지 말라는 의미로 알겠습니다.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알겠습니다. 끝으로 언제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선배, 밤낮으로 함께 고생하는 동료,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