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기획다큐부문_"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_SBS 이대욱 기자

살인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10년을 하게 된다면…
그 좌절감은 얼마나 켜켜이 쌓이게 될까? 세상에 대한 분노감은 얼마나 클까?
택시기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형을 마치고 나온 최 모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의 마음을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너를 이렇게 만든 경찰, 혹은 검사, 판사.. 그리고 진범에 대해 분노가 없니”
수차례 인터뷰를 가진 그가 제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을 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죠.”
“에이.. 설마.. 솔직히 이야기 해봐”
그는 웃으며 다시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냥 무덤덤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 대답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어떻게 무덤덤할 수가 있는 걸까?’
아마 10년을 억울함에 울부짖으며 갇혀 있기엔, 그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건 아닐까.
그렇게 그는 자의에 의한 용서가 아닌 생존을 위한 용서를 선택한 건 아닐까..라고
스스로 정리해 봤습니다.

그를 만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근로복지공단은 최 씨에게 1억여원의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사망한 택시기사에게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구상권입니다.
최 군은 현재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온 몸으로 일을 하며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고통을 가까스로 버텨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하는 그에게… 참 가혹한 운명입니다.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살려는 그의 표정이 요즘은 무척 어두워 졌습니다.
다시 좌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좌절이 행여 분노로 표출될까 걱정입니다. 

재심청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송두리째 잃어버린 그의 삶에 대한 보상은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겁니다.
재심 청구는 마지막 남은 단 한번의 기회입니다.
그 결과 여부를 떠나 세상사람들이 그를 살인범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