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지역보도 뉴스부문_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의 MOU조작 사실 연속보도_KBS춘천 박상용 기자

‘경제자유구역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수려한 자연 환경을 지닌 강원도는 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합니다.
지역내총생산 등의 경제 지표는 대부분 하위권을 맴돌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이렇게 우울한 현실을 늘 바꾸고 싶어 합니다.
그 마음은 기자이기 이전에 강원도민인 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강원도는 많은 외국기업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해 동해안의 산업 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해왔습니다. 이 다짐은 “128”이라는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투자 의향 기업 ‘MOU’ 수치로 구체화됐습니다. “과연 올까?” 취재는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인프라는 물론 기업 경영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해 지나칠 정도로 홍보에 매진했던 강원도가 외국 기업 검증을 위해 자료를 요구하자 입장을 180도 바꿨습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겁니다. 의문은 의심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의신청을 내고 강원도청을 찾아 거듭 자료 공개를 부탁했습니다. 1주일 뒤 제 손에 주어진 자료는 기업체 이름, 업종이 전부였습니다. 주소나 전화번호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우선 무역업계의 도움을 받아 주소와 전화번호부터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만 한 달 이상 걸렸습니다.

또 MOU 체결 여부 확인에 또 두 달 여,, 취재라기보다 제 스스로와의 인내심 싸움이었습니다. 데일리 리포트를 제작하는 와중에 시간을 쪼개가며 했던 취재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취재 포인트를 하나둘씩 찾아갈 무렵 정말 힘든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상당수 기업체들이 거듭된 취재 요청을 계속해 거부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나라 취재진에게 자신들의 기업 정보를 공개할 의무나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답은 현장에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일단 현장에서 부딪쳐 보기로 하고 섭외도 완벽히 끝내지 못한채무작정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진심으로 취재원을 대했습니다! 일본 남부 후쿠오카에서 도쿄, 오사카에 이르기까지 10여 개 기업체 대표와 간부들을 만나며 취재 의도를 밝히고 일일이 허락을 받았습니다. 진실을 밝히려했던 진심이 통했던 걸까요? 일본 기업 대표들이 보도자료 뒤에 감춰졌던 사실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실적 부풀리기를 넘어 엄청난 조작이 있었던 겁니다. 적게는 몇 십억 원에서 많게는 3백억 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했던 업체들은 실제 투자 능력이 떨어지거나 의지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 강원도를 투자 대상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업 유치 실적의 상당 수는 강원도 마음대로 그린 허상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래성에 쌓은 실적을 토대로 강원도는 경제자유구역을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경제유발효과만 14조 원으로 예측된다며 장밋빛 홍보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강원도 최대 현안 사업이 이렇게 엉터리 실적을 토대로 추진되고 있었던 겁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법적 구속력없는 MOU라지만 이는 행정에 대한 ‘신뢰’ 문제였습니다.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검증을 거친 뒤 확실한 데이터만을 근거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보도였던 만큼 반응은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었습니다. 강원도는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해명자료조차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는 이번 보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고 어떤 팩트를 취재를 해왔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연속 보도로 아이템이 연달아 방송되는 동안 강원도는 해명은 커녕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보도가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도 닷새간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MOU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치적을 부풀리며 여론을 손쉽게 왜곡하는 홍보 수단이자 정부 정책까지도 오판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었습니다. 행정기관 입장에서 보면 MOU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게되면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갈 수 있는 속칭 ‘꽃놀이패’ 였던거죠. 이번 보도를 계기로 감사원을 포함한 행정 기관에서도 MOU제도의 폐혜를 인식한 것 같습니다. 강원도가 그동안 무분별하게 남발했던 MOU 홍보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건 분명해 보입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포함해 향후 있을 MOU와 관련한 제도 개선 논의를 지켜보겠습니다. 앞으로 이제 막 전담 기구가 만들어진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지켜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보도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신뢰를 보내주셨던 곽재훈 보도국장님께 특히 감사 말씀드립니다. 또 보도국 선후배님들께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특히 많은 도움을 주셨던 차세대 무역업계 기둥 이 과장님!! 더불어 취재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기꺼이 감내하며 큰 힘이 돼주셨던 조화행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제 아내 수미와 6개월 전 찾아온 큰 선물, 아들 선우와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