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뉴스부문_한만수 후보자 종합소득세 2억원 탈루 의혹 보도_YTN 신호 기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수억 원 탈루 단독 보도기>

“공정거래위원회 출입 기자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그래?”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종합소득 탈루 사실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증여세 탈세 사실을 연속 보도한 뒤에 다른 방송사 공정거래위원회 출입 기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입 기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청문회를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도 아니고요. YTN 안에 장관급 검증을 위한 전담팀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국제부에 있지만 당시에는 금융위원회 출입 기자였습니다. 아니, 금융위원회 출입 기자가 왜 공정거래위원장 인사 검증에 열을 올리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무슨 감정 있나? 이런 의문도 나올 만 합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더 그렇고요. 금융위원장 청문회나 제대로 취재할 것이지 왜 공정위원장 후보자들만 집요하게 감시하는 거야?

수상기를 써야 하니까 털어놓는 얘기지만 제가 출입처도 아닌 공정위원장 인사 청문회까지 기웃거린 이유는 회사 내부의 갈등 때문입니다. YTN 직원들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가 지난 정권 초기부터 여태까지 5년 넘게 풍파를 겪고 있습니다. 직원 수십 명이 징계를 당하고 수십 명은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6명의 해직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직된 선배들 몫까지 뛰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제가 오지랖 넓게 다른 출입처의 인사 검증에 까지 뛰어든 가장 큰 동기였습니다. 출입처에만 국한해서 인사 검증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취재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것이 출입처인 금융위원회와 출입처는 아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였습니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가장 큰 도움은 결정적인 증거나 제보가 아니었습니다. 장관 후보자가 결정되면 해당 부처는 안전행정부를 거쳐 2~3일 안에 국회에 인사 청문 요청안을 보냅니다. 국회 출입 기자라면 국회 사무처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국회 기자가 아닌 경우에는 청문 요청안 구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후보자가 정해지면 곧바로 친분이 있는 국회 의원실에 전화를 해서 청문 요청안이 도착하는 즉시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 단독 보도의 시작입니다. 일단 요청안을 보면 그때부터는 후보자의 재산과 병역, 세금 납부 내역, 가족 관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치열한 검증 경쟁은 시작됩니다. 좀 더 빨리 청문 요청안을 입수해서 더 꼼꼼하게 후보자의 살아온 행적을 검증해 내는 언론이 특종을 쓸 수 있습니다.

100억 원대 재산을 가지고 있는 한만수 후보자의 경우 인사 청문 요청안이 유난히 두텁고 무거웠습니다. 이걸 언제 다보냐는 생각에 처음 요청안을 받자마자 기가 질렸습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청문 요청안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있을지 없을지 모를 흠결을 찾는 일은 갯벌 속에 숨어있는 낙지를 찾아내는 것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청문 요청안을 넘기고 또 넘기다가 시선이 고정된 곳은 넉 장이나 되는 한만수 후보자의 납세증명에서였습니다. 보통 후보자들은 한두 장에 그치기 마련인데 한 후보자는 세금 낸 기록이 너무 많았습니다. 돈이 많으니 세금도 많이 냈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증명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세금의 귀속연도와 납부연도가 길게는 5년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종합소득 수억 원을 탈루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 탈세한 금액을 나중에 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공통적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확인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세금을 지연 납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후보자가 입장을 정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요청만 되풀이했습니다. 20일 아침 첫 보도가 나가고 난 뒤에야 한만수 후보자는 자신의 탈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한만수 후보자는 23년 동안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조세분야 전문가입니다. 그런 사람이 정작 자신의 소득을 탈루하고 세금을 탈세했다는 점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자격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해명이 “꼼꼼하게 챙겨서 세금을 제 때 내지 못해 송구스럽다”에 그쳐서 왜 소득을 탈루했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청와대는 한만수 후보자가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해외에 탈세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고 한 후보자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한만수 후보자의 지명과 사퇴 과정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인사 청문 요청안을 하루만 살펴봐도 드러나는 흠결인데 청와대는 이걸 몰랐을까요? 몰라주기를 기대했을까요?

제가 8년차일 때 해직된 선배들은 제가 13년차인데도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꼭 그들이 복직돼서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사를 함께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YTN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습니다. 자기 주장 강하고 욕심 많은 후배 기자 잘 이끌어주신 전임 경제부장과 재정금융팀장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