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기획다큐부문_[아리랑스페셜] "Comfort Women" One Last Cry_아리랑TV 문건영 기자

2012년 말. 3주 간격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별세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생존자 58명. 평균 연령 90세.

위안부 소녀상 말뚝테러, 독도 문제, 일본 극우 아베 정권 취임 등으로 인해 한일 관계는 순탄치 않은 노선을 타고 있었고 전문가들은 일본이 고령인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보상할 수 있는 기간을 길어야 5년으로 보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부분 한일 양국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고, 해외에서는 유대인들의 홀로코스트와 왜곡된 역사 교육에 밀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처참히 짓밟힌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소녀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조명해야 전 세계에 일본군의 만행을 제대로 알리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할 수 있을까?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비단 조선 처녀들만이 아니었는데 이를 국제적인 이슈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본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취재를 시작하며…

국내외 전 아태지역에 퍼져있는 피해자들을 찾고 섭외해야 했다. 먼저 한국, 중국, 필리핀 (필리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및 일본군의 인권 유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마을), 공식적으로는 유일한 유럽인 위안부 생존자가 살고 있는 호주로 취재 범위를 축소해 자료 조사 및 섭외를 시작했다.

제한된 인력과 시간으로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네덜란드인 생존자는 거주지조차 알아내기 힘들었다.

“Fifty Years of Silence" 라는 생존자의 전기를 바탕으로 그녀가 다니는 남호주 아델레이드 소재 교회와 접촉하고 시드니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딸에게 연락해 다큐멘터리 목적과 내용을 이해시키고 설득했다.

각 국의 피해자들을 섭외하면서 부딪힌 공통적이며 가장 큰 어려움은 피해자들이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취재진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었다.

9박11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서울-무한-상해-마닐라-마파니케-시드니-아델레이드 일정을 소화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취재를 마치며…

취재를 하면서 이들 피해국들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함에 동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문가들과 국제법 전문가들로부터 2013년 현재 국제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 또 대한민국 정부를 포함한 각 국 정부, 시민사회, 또 언론이 해야 할 과제에 대해 듣고 짚은 것은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태평양 전역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반세기동안 가슴에 묻어두어야 했던 기억은 같았기에 그들과 몸소 만나고 부딪히고 대화하며 참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방송 이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 에서는 본 다큐멘터리를 외국인 투어 영상물로 활용하고 DVD 판을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 상하원에서 위안부 관련 성명 통과를 위해 본 다큐멘터리의 상영 요청도 있었던 만큼, 회상하기 싫은 아픈 과거를 다시 한번 꺼내 카메라 앞에서 증언해 준 피해자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방송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전역 20만 명 이상의 여성들을 성노예로 전락시킨 일본제국의 위안부 제도가 인권 유린이며 전 인류에 대한 반인륜적인 전쟁범죄임이 명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획을 믿어주신 데스크진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획, 촬영, 마무리까지 함께한 박태렬 PD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