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지역기획다큐부문_지자체 혈세가 샌다_KBC 광주방송 이동근 기자

민선 지방자치. 소위 선거직.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시장, 군수는지역에서는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직위를 가지고 있다. 단체장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사, 예산, 공사, 계약 등의 막대한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 주위에서는 자연스레 그런 단체장을 위한 모임과 세력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곧 재선, 3선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지방자치도 어느샌가 이런 권위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문화가 속속 물들고 있었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있지만 지방자치는 주민들 한명 한명의 혈세가 모여 살림을 꾸려간다. 하지만 그 혈세의 소중함은 인식되지 못한채 몇 사람의 의도에 따라 쓰여지고 있다.

 취재는 이런 단체장의 권력지향적 행정과 다음 정치를 위한 치적쌓기를 주민들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것에서 시작됐다. 광주*전남지역의 자치단체는광주시와 전라남도 2곳의 광역 자치단체를 포함해 모두 28개. 각자의 제국처럼 움직이는 이 자치단체가 주민들의 혈세를 어디에 쏟아붓고 또 어떻게 쓰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였다. 어디부터 취재를 해야할지 그리고 형평성을 고려해 어떤 기준을 대상으로 삼아야할지 선*후배들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었다. 취재 대상도 많지만 거리상의 문제도 컸고 혈세 낭비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단함에 연속이었다. 기왕이면 주민들, 시청자들이 뉴스를 접하면 혀를 끌끌 찰 수 있는 그런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지역에 난립한 박물관과 전시관들. 수십억을 들여 놓고도 10여분이면 의미없는 관람을 마쳐야 하는 사례들은 생각보다 많았다.별다른 특색이나 주제도 없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수십억짜리 미술관들, 50억을 들이고도 부실한 전시물로 몇 달째 문을 못 여는 전시관, 특정 사업자를 위해 수십억을 들여 길을 닦아 주고 상수도를 설치한 지자체, 규격 미달로 지어져 재시공에 들어간 축구장까지. 예산 규모와 사업 과정에는 역시 단체장의 입김이 작용했다. 여러 가지 추측이 일 수 있겠지만 기자는 오직 팩트로 승부한다는 말처럼 가장 어려웠던 것은 비판적 시각에 대해 비협조적인 공직 사회의 풍조였다. 홍보에는 적극적이고 지적과 비판에는 등을 돌리는 공직사회의 경직된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업의 문제점을 짚고 또 비교대상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도를 바라는 주민들과 제보자들은 큰 힘이 됐다. 혈세낭비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받는 주민들과 무리한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힌트였다. 사업의 특성을 적시하고 유사 사례의 분석 그리고 사업지 인근 주민들과 대화는이번 혈세낭비 보도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또 문제점과 개선점을 지적해준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관계자들도 윤활유 역할을 해줬다. 늘 그렇듯이 지자체들이 제공한 빈약한 자료로 낭비성 사업을 끌어내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부담감에도 선*후배들이 머리를 맞대 분석하고 또 분석하며 여러차례 발품을 팔아가며 땀흘린 성과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사에 대해 사업을 담당했던 공직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타당성이 있느냐였다. 그저 언론사의 일방적인 지적기사에 그치기보다 그들이 사업을 재검토하고 이런 관행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이 과제였다. 무리하기보다 현실적인 뉴스 전달의 효과였던 걸까 일부 사업들은 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성명서 등을 발표하며 힘을 실어 줬고 지자체들의 사업 재검토와 보완도 잇따르면서 지역 사회에서 혈세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보도는 어떤 특종보다 값진 성과를 남겼다.

내년 6월이면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의 대표자를 세워야 한다. 정당 공천제 폐지 등이 여론화되면서 지방자치의 구조적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지만 아직도 단체장 의자를 욕심내는 현직 단체장과 일부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혈세가 곧 자신들의 입지를 위한 거름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땀이 베인 혈세가 세는 현장에는 우리 기자들의 잰걸음이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