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지역뉴스부문_농업에도 SSM 진출… 농가 타격 우려_KBS대전 홍정표 기자

  SSM..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는 대형유통기업의 직영 슈퍼마켓을 이르는 말이다. SSM의 확산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규모 점포나 전통시장이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매출 감소로 지역 상권 붕괴가 현실화되자 무차별적인 확산을 저지하자는 목소리가 높고, 영업제한 등의 긴급 처방이 나오고 있던 지난해 말 눈에 띄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동부그룹이 경기도 화옹 간척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리온실을 완공해 수출용 토마토 생산에 돌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동부가 충남 논산의 유리온실을 인수해 생산하고 있는 토마토의 95% 가량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차에 화옹간척지에서 일반 시설 농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대규모 토마토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다니..그것도 대기업 계열사에서.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협하고 나선 SSM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마음이 급해졌다.

   취재에 들어가고 나서 가장 먼저 놀란 점은 동부 같은 대기업이 나서 농사를 짓게 하도록 지원한 곳이 바로 ‘농림부’라는 사실이었다. 수출 시범 단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87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30년 토지 장기 임대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지열냉난방사업에도 국비와 지방비 80억 원이 별도로 지원됐다. 이달의 기자상 출품 이후 후속보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지만, 보조금 87억 원의 출처는 일명 ‘FTA 기금’이었다. FTA체결로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지원하도록 돼있는 기금을, 애매한 법망을 이용해 농업회사 법인으로 등록된 동부 계열사에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지원한 것이다. 같은 시기 전국의 시설원예 농가들에게 지원된 보조금은 127억 원. 단순한 계산으로도 정부의 대기업 지원 쪽으로 급격히 저울이 기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정부지원을 받아가며 농가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실 자체가 경제 민주화 이전에 공정성마저도 훼손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았다면, 예정대로 수출이 활성화돼서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될 것 아닌가? 여기서 다시 한 번 놀라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화옹 온실에서 생산될 토마토 품종 자체가 주력 시장인 일본에서 선호하지 않는 품종인데다, 일본의 전체 수입량 자체가 5천여 톤에 불과한 것이다. 연간 5천 톤을 수출하겠다는 동부측의 수출 계획 자체가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다,  이미 논산에서 생산되고 있는 토마토만으로도 일반 농가에서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화옹에서 생산되는 물량마저 수출이 되지 않고 내수 시장에 풀린다면 결국 영세 농가는 몰락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되는 상황이었다. 농업에는 문외한인 취재인도 이처럼 대기업의 농업 생산 분야 진출로 인한 부작용이 눈에 보일 정도인데, 전문가 집단을 자처하는 농림부는 여전히 농가의 피해는 아랑곳 않고, 수출만 늘리면 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이 수출 활로를 확보하고 나면 일반 농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협력을 강화해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결론만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KBS보도에 대한 농민들의 반향은 생각보다 컸다. 자신들에게 씨앗과 농자재를 판매하며 성장해 온 대기업이 이제는 자신들의 자리마저 넘본다는 생각에 불매운동에 돌입하고, 전국적인 생산자협회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부 앞에서 진행된 규탄 시위는 농민들의 분노와 간절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기회였다. 농민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농림부와 동부측에서는 화옹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한 알이라도 내수시장에 풀리지 않게 하겠다며 연일 다짐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들려오는 소문이 그리 밝지 않은 전망을 가능케 한다. 동부에게 수출 압박이 가해진다는 소식을 접한 일본 바이어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물건을 구입하고자 흥정에 나섰고, 그나마 일부 농가들이 확보해 놓은 주요 수출선마저 동부에 빼앗겨 이래저래 일반 농가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곧 동부측에서 밝힌 수출 기일이 다가온다.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서울보다는 상대적으로 농촌지역과 가까운 지역 방송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데는 그다지 큰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이번 취재를 기회삼아 농업 정책 전반에 대한 안목과 관심을 키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대기업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농업 자립화에 기여하고 있는 농민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에 큰 의미를 둔다. 당장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가시를 두려워하며 농민들이 일손을 놓는 일만은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계속 우리 농촌에서 살아있는 뉴스를 발굴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