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기획다큐부문_대선특별기획 2부작_KBS 성재호 기자, 김귀수 기자

작지만 큰 한 걸음…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끝자락 KBS에는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라는 초유의 조직이 만들어졌다.

2012년 3월부터 6월 사이 진행된 언론노조 KBS 본부의 백일 가까운 파업과정에서 노사 간에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공정 보도를 위한 실천적 방안이 협의됐다.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KBS는 탐사보도팀의 부활과 함께 대선 후보들을 검증하기 위한 독립적 조직,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하 검증단)을 신설했다.

검증단이 공식 출범한 날짜는 8월 27일. 이미 대선 구도는 3자구도로 압축된 상황이었고, 각 후보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보였다.

논의 결과 검증단은 가급적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지 않되,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그 의혹이 진실인지, 아니면 마타도어에 불과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울러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후보들이 강점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강점인지를 들여다 보고자 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검증은 데일리 뉴스로 소화하고, 후보들의 가리워진 이면 탐구는 대선 직전 프로그램을 통해 소화하기로 했다. 향후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대통령 후보에 대한 프로그램인 만큼 백화점식 검증을 지양하기 위해 논의를 거쳐 각 후보들의 ‘언행’, ‘돈’, ‘사람’에 초점을 맞춰 집중 조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검증단은 이를 위해 각 후보들에게서 우선 해명되어져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두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검증항목을 정하고자 한 것이다.

검증항목이 정해지면서 검증단은 탐사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을 활용해 후보들의 이면에 접근하고자 했다. 후보들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 리서치와 원문 확보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보여지는 것 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검증단은 원고 단어 하나, 토씨 하나까지 논쟁을 벌여가며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위해서였다.

  검증단의 대선특별기획 ‘대선후보를 말한다’는 당초 지난해 11월 27일 방송될 예정이었다가 편성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그 다음 주인 12월 4일 우여곡절 끝에 전파를 탔다.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도 ‘대선후보를 말한다’는 평균 7,9%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새로운 시도였다. 그만큼 부담도 됐고,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애정어린 비판도 받았다. 한 발 더 나아간 보도가 아쉽다는 지적, 많았다. 검증단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고민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번의 시도는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2년의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라는 실체가 5년 후 또 다른 검증단의 전범, 또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테니까.

  대선 보도와 관련한 고민은 탐사보도팀에서도 진행됐다. 파업의 작은 성과로 부활된 KBS 탐사보도팀 역시 18대 대선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몇 차례 검증단과 비공식적인 얘기들이 오갔고, 주제나 대상이 겹치지 않는지 서로 확인했다. 논의 결과 사실상 국내 방송 사상 처음으로 대선후보 ‘캠프’ 인사들에 대한 분석과 검증을 시도했다.

  대선 캠프 분석, 검증은 4가지 방향에서 진행됐다. 우선 박근혜 캠프 8백여 명, 문재인 캠프 6백여 명 등 모두 천4백여 명의 인사들에 대해 출신지, 학력, 직업을 분석하고, SNA(사회관계망분석, 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을 동원하여 대선후보와 캠프 인사들의 정치적 인연 관계를 분석했으며, 대선후보 캠프 안팎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학자들에 대한 분석과 논문 검증을 벌이고, 마지막으로 캠프내 핵심 인사들에 대한 병역, 전과, 재산 등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9월말부터 11월말까지 거의 매일 발표되는 캠프 인사들을 그 때 그 때 서둘러 DB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백여 명의 캠프 내외 학자들의 논문을 검증하는 것 역시 방대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대선 보도에 매우 소극적이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던 회사의 분위기였다. 형평성이나 공정성에서 조금의 흠도 잡히지 않고자 신경썼다. 이 때문인지 프로그램이 다소 딱딱하고 건조했다는 평도 많이 들었다.

  여하튼 처음으로 시도해본 ‘대선후보 캠프 검증’이었다는 걸로 위로 삼는다. 이번을 교훈삼아 다음엔 보다 나아진 프로그램과 보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KBS 보도본부가 대선보도 기획 2부작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준 KBS 기자협회와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