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_기획보도부문_건설현장의 가려진 진실_KBS윤석구 기자

 일용직 노동자들이 겪는 냉혹한 현실의 단면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해 11월초, 겨울로 접어드는 스산한 어느날, 시내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았을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뉴스기사를 들었다.  한해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일용직 노동자의 숫자가 6백명을 훨씬 넘는다는 내용이었다. 혹한기 작업 중단 기간을 감안하면 하루 2명의 건설 노동자가 숨진다는 것이다.  당혹감을 안겨주는 많은 뉴스가 있는 우리 현실이지만, 그 숫자의 무게를 쉽게 잊기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배경과 이유를 알고 싶었다. 


올해 4월 탐사보도팀으로 소속팀을 옮겼다. 그리고 7월쯤 지난 겨울의 기억을 되살려 건설 산업재해 문제를 한번 다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관련 기록을 검토해보니 우리 언론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경우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산업전체로는 한해 2천명이 훨씬 넘는 산재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사실, 즉 사망이 하루 7명꼴인 현실을 생각하면 뜻밖이라 할 만 했다. 그 가운데 건설부문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일터에서 일어나는 사고사망자의 40%이상이 건설 분야인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 건설업계, 건설노동자, 현장 안전관리자 등의 취재원들을 만나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보니, 문제의 뿌리는 무척 깊고도 넓었다. 우리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하도급 관행,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어져온 일용직 건설노동현장의 관행, 수익 우선 구조에서 무시되는 안전규칙들,  행정감독 기능의 부실 ,  건설현장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사고들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행과 구조의 맨 밑바닥에 놓인 일용직 노동자들이 겪는 냉혹한 현실의 단면이라 할 만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현장취재는 쉽지 않았다. 관련된 건설 회사나 책임자들,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현장취재는 물론, 간접적인 증언조차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가지 사례를 접할 때마다 관련자들을 어렵게 설득하고, 때론 우회접근로를 택하기도 하고, 쉽지 않게 관련 사례 현장들을 취재했다.  건설현장의 이면을 취재할수록, 작업현장의 위험 실태는 최대수익을 목표로 꽉 짜여진 건설관행이 이뤄낸 불가피한 결과임이 뚜렷해졌다.  본인의 몸 하나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생계수단인 ‘노가다’ 일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에 묵묵히 일터의 위험을 감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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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재해의 문제를 가능하면 쉽고 명확하게 전하고자 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몇몇 취재사례들의 이면을 깊이 있게 드러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부분은 건설을 포함한 다른 산업분야의 안전 문제와 아울러 앞으로의 숙제로 준비하고자 한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신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KBS 윤석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