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뉴스부문_유흥업주 경찰 유착 의혹 수사_MBC 조현용 기자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취재는, 가출 소녀가 엄마에게 보낸 문자 한통으로부터 시작됐습니 다. 하룻밤에도 여러 남성을 상대하는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자신을 집에 데려가 달라는 외침. 어머니의 신고에 경찰은 해당 업소를 단속해 소녀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업소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경찰 관용 휴대전화의 번호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겁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경찰조직 내부는 술렁였습니다. 유흥업소와 유착된 경찰관들이 중징계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서울경찰청장은, “유흥업소 관계자와 통화만 해도 중징계 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업소를 들여다보면서 업소의 실소유주 이모 씨를 취재했습니다. 서른여덟 이 씨는 업계에서 전설로 통했습니다. 대학 학생회장 출신으로, 맨몸으로 서울에 올라와 유흥업소 호객꾼(일명 ‘삐끼’)생활 10여년 만에 강남의 대형업소 여러 개를 거느릴 만 큼 성장한 이 씨. 이 씨의 가게들은 모두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형업소였고, 가출소녀가 일 하던 업소 역시 내부 면적만 1천 제곱미터가 넘는 곳이었습니다. 도우미들을 관리하기 위해 미용실을 직접 운영하고 셔틀버스까지 운행하면서 사업수완을 발휘해 온 이 씨. 이 씨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수록, 이 씨가 마치 재벌기업처럼 ‘성매매 제국’을 키워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수많은 유흥업소 업주들이 세월과 함께 쇠락했지만 이 씨는 10년 넘게 승승장구 해왔습니 다. 그런데 이런 거물이, 가출소녀 한 명 때문에 꼬리를 밟히게 된 겁니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사건’과 연이은 ‘오 경위 사건’에 연루돼 일명 사직동팀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뚜렷한 증거가 없어 무사했던 이 씨였습니다. (앞서 가출소녀를 찾으러 갔던 경찰은, 해당 업소를 단속하는 관할 경찰이 아니었습니다. 이 씨가 힘을 써놓은 관할 경찰서에서 출동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경찰들까지도, 이렇게 이 씨가 오랜 기간 성업해 온 배경에는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의 비호가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비호 없이 강남 한복판에 서 그것도 10년 넘게 대형 성매매업소를 여러 개 운영할 수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어도 수십 명의 경찰관이 이 씨와 통화를 했다는 경찰 내부 정보가 있 었습니다. 복수의 경찰 간부로부터, 이미 통화내역 조회를 끝냈다는 것도 확인했고 그래서 리포트를 내보낼 수 있었던 겁니다. 처음에는 유착 의혹을 부인하던 경찰 공식 정보라인도 리 포트 최초 보도 일주일 만에, 경찰관 63명이 업주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63 명 가운데는 서울경찰청장의 측근과 ‘오 경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이 씨와 하루 평균 1번 넘게 통화한 경찰관이 “나는 이 씨와 어렸을 적부터 친구 라서 통화한 것”라고 말했던 사실이 기억에 남습니다.
경찰관이 수사 때문에 유흥업소 업주와 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상대가 10년 넘게 법망을 피해 온 성매매 업계의 거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지금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전 현직 경찰 간부들을 취재하고 관련 사건들을 들춰보면서, 마치 유흥업소 업주들이 차려놓은 장기판에서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꼭두각시 노릇을 하 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가출소녀의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된 취재가 이렇게 이어져 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몰입만 할 줄 아는 까막눈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취재까지 거들어 주신 김연국 선배와 팀원들 덕입니다.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