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뉴스부문_자율고 편법입학_KBS 최영윤 기자

133명.
자율형 사립고 합격이 취소된 학생들 숫자입니다.
학부모들은 구구절절 사연을 쏟아냈습니다. 우리 아이는 자율고에 가게 됐다고 좋아하면 서 하루에도 몇 번씩 교복을 입었다 벗었다 했는데, 우리 아이는 얼굴을 익힌 반 친구들이 그렇게 착하다며 좋아했는데, 우리 아이는 학교 분위기가 좋다고 또 선생님이 친절하다고 주위에 이미 다 자랑했는데…. 그러면서 잘못이 학생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합격 취소만큼은 안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만든 ‘사회적 배려자 전형’의 학교장 추천제.
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진학 통로가 돼 버린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역시 합격이 취소 된 학생 133명입니다.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 학생들이 가슴 속에 평생 갈 상처 를 입은 것 같아서, 그 계기가 제 기사가 된 것 같아서 귀한 상을 받는 마음이 밝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학 취소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들어간 학교 , 그 사실을 알고도 계속 다니게 된다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반칙을 해도 되는 곳 또는 거짓말이 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커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가장 씁쓸한 것은 그 누구도 학생들에게 스스로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도, 중학교도, 자율고도 상대의 탓이 크다고만 했습니다. 누구의 책임이 큰지 가리기 위 해 서울시 교육청은 특별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결과에 따라 중학교 교장들은 징계를 받을 수도 있고, 자율고들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입학 취소된 학생들의 상처를 달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율성을 대폭 부여해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를 만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도입 첫 해 벌어진 편법 입학 사태는 자율고라는 제도에 커다란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자율고들이, 자신들의 목표는 다양한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아 이른바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많은 학생을 진학 시키는 데 있다고 편법입학이라는 이번 사건을 통해 명백히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133명의 학생들은 변질된 다양성 교육의 첫 희생자일지도 모릅니다. 그 다음 차례 는 자율고 안에서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학생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도록 모두 보듬어 주기를, 정부와 사립고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자율고가 아니더라도 좋은 교육,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를 잠시나마 교육을 담당했던 기자로서 욕심내 봅니다. 133명의 학생들이 3년 후 자율고가 아닌 보통의 고교를 졸업할 때 만족하며 웃을 수 있다면…. 그런 그들을 본다면 제 소감을 그 때 좀 더 밝게 고쳐 쓰겠습니다.
취재 시작부터 원고를 마칠 때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문화과학팀 이재숙 팀장과 김혜송 데스크, 영상이 따라주지 않는 아이템인 탓에 고생 많이 하신 촬영기자 선후배들, 후배의 기사 때문에 덩달아 야근을 되풀이 하신 교육 담당 선배들께 모든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