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기획보도부문_먹통 에어백, 당신의 차는?_SBS 김영아 기자

털어놓자면, <‘먹통’ 에어백, 당신의 차는?>은 하마터면 방송을 타지 못했던 아이템이다.
다른 동료가 기획해서 절반 정도 진행된 것을 인사발령 때문에 넘겨 받았는데, 건네 받았 을 때 첫 느낌은 “그래서 뭐?”였다. 개인적으로 차에 대해 아는 바도 관심도 별로 없는데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완벽한 기술은 없고 어떤 물건이든 불량품이 있게 마련 아닌가 말이 다. 그래서 “에어백도 제품인데 어쩌다 안 터질 수도 있는 거 아냐?”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한마디로 “얘기가 안돼” 보였다. 정해진 방송날짜까지 시간이 빠듯하지만 않았다면 십중팔구는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아이 템을 찾아 나섰을 게다. 그런데 이미 취재된 내용들을 검토하면서, 추가 취재를 해 나가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되도록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에어백도 제품이니 터져야 할 상황에서 안 터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누구라도 수긍할만한 이 확률적 가능성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모두 보는 이가 민망할 정도로 당당하게 부인으로 일관했다. 2톤이 넘는 차가 10여 미터 낭떠러지 로 추락해서 백 미터 가까이 굴렀어도 “에어백이 터질만한 충격상황이 아니었”고, 연동된 안 전벨트 안전장치가 전개됐는데도 터지지 않은 에어백도 ‘정밀검사 결과 정상’이었다.
무슨 검사를 어떻게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제대로 된 공문 한 장 피해자에게 보내주는 일도 없었다. 대체 뭘 검사해서 어떤 수치가 나왔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그제야 “사실은 검사를 안했다”는 얘기를, 이 또한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당당하게 했다. 카메라에 담긴 한 피해자의 절규를 그 자리에서 틀어주고 싶었다. “○○자동차 회장님, 사장님, 당신들 차가 에어백이 안터져서 사람이 죽었어도 ‘그냥 그런 가 보다’ 하실 거냐고요.”
취재를 진행하면 할 수록 답답함은 더 커져 갔다. 에어백 불량이 의심되는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어느 것 하나 기술적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진실을 밝히는데 필요한 기술과 정보 는 모두 업체들이 꽁꽁 움켜 쥐고 있는데다, 알만한 전문가들은 모두 “밥줄 끊어질 일 있냐” 며 ‘에어백’ 얘기만 꺼내도 취재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내보내고 난 지금까지 나는 “에어백은 대체 언제 터지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뿐만 아니다. 취재과정에서 제조업체 담당자는 “국내에 서 에어백 불량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 꼿꼿한 태도와 단호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이런 아이템을 만날 때마다 늘 그렇듯이, 프로그램은 결국 ‘제조업체와 관계당국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또 아무런 물증도 찾아내지 못하고 속 시원한 해결 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말았구나, 자조 섞인 한숨도 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을 주신 걸 보면 이런 답 안 나오는 얘기를 지치지 않고 해 대는 것이 아주 의미 없는 일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