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기획보도부문_위기의 서해, 중국발 오염 비상

취재가 처음 시작된 것은 2년전 여름이었습니다. 한국 해양연구원 소속 탐사선이 제주도 서쪽 바다에 나갔다가 우연히 길이가 수십km에 달하는 적조 띠를 발견했다는 제보가 들어왔 습니다. 제주도를 향하던 이 적조 띠는 다행히 폭풍이 불어준 덕분에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도중 소멸해 버렸지만 같이 탐사선에 올랐던 연구원들은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상하이 부근 해역은 해양 황막구라 불릴 정도로 적조가 심해지고 있고, 이 곳에서 창궐하는 적조가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입니다. 한때 세계적인 황 금어장이라 불렸던 동중국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적조와 해파리. 해양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양쯔강 중류에 세워진 산샤댐을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심증만 있지, 객관적인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만들기엔, 그것도 50분을 끌고 가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 지난해 가을 해양 연구원 소속의 또다른 연구원이 이번엔 산뚱 반도 대운하 건을 들고 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발해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뚱 반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뚫어 서해로 오염수를 배출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기발한 발상인데다 역시 중국다운 스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전 산샤댐 문제와 산뚱 반도 대운하 문제를 같이 엮는다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다큐멘 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둘 다 모두 서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더욱이 공사가 모두 끝나 어찌해볼 수 없는 산샤댐과 달리 산뚱 반도 대운하는 이제 막 공사를 계획하는 단계라 이건 내가 꼭 해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까지 솟구쳤습니다. 그러나 막상 취재가 시작되자 막히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중국 정부에서 산샤댐이나 산뚱 반도 대운하에 관한 어떤 자료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 현지 코디를 통해 들은 얘기로는 중국내 언론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다루는 것은  금기시 돼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엔 어떤 기대도 갖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의미있 는 데이터들과 보고서들을 입수할 수 있었고 전체적인 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 취재가 모두 끝나고 지난해 겨울 중국 현지로 배를 타고 건너갔습니다. 약 보름에 걸 쳐 양쯔강 유역과 발해만을 현지 취재했는데, 현지 상황과 문제점을 취재하는데는 항상 조마 조마하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해주는 중국 전문가 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갔지만 겨우 겨우 설득해서 인터뷰 약속 날짜까지 잡았던 전문가들도 임박해선 내용이 민감해서 안되겠다고 취소해 버리기 일쑤 였습니다. 심지어 취재팀이 한국에 돌아온 뒤 중국 현지 코디네이터가 중국 대학 교수를 어렵게 섭외해 자신의 캠코더로 인터뷰를 찍어 국제 우편으로 보냈지만 배송 과정에서 중국 공안 이 테잎 내의 인터뷰 내용을 검열한 뒤 모두 지워버리고 빈 테잎만 보내는 일까지 발생했습니 다. 중국 코디네이터와 인터뷰에 응했던 대학교수까지 공안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 엔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취재 도중 만난 학자들 대부분이 몇 년내에 서해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닥칠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어떤 해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 들었던 사명감을 아직도 갖고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