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회 지역뉴스부문_막을 수 있었던 죽음…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연속보도_KBS제주 문준영 기자

7월 19일 아침. 조근자로부터 제주시 조천읍 모 주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밤사이 인근 주민이 사건 현장에 세워진 순찰차를 보고 회사로 제보를 해온 것이었다. 관할 경찰서인 제주동부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16살 중학생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범인들이 도주한 상황이었기에 CCTV 확보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인근 주택 어디에도 CCTV는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사건이 발생한 주택에만 앞뒤로 2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순간, 이전에 취재했던 경찰의 ‘신변보호용 CCTV’가 뇌리를 스쳤다. 확인 결과 해당 카메라는 숨진 중학생의 어머니가 신변보호를 요청하며 7월 초 설치된 것이었다.
 
장례식장을 수소문해 늦은 밤 유족을 만날 수 있었다. 취재결과 유족은 피의자 백 씨로부터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협박을 당했고, 7월 초 이미 경찰에 수차례 피해 신고를 한 상태였다. 백 씨는 방화와 보복범죄 등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다. 경찰이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아 발생한 ‘예고된 범죄’였던 것이다.
 
신변보호 대책도 허술했다. 취재결과 경찰은 위치 파악과 긴급신고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유족에게 2주 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사건 발생 장소와 파출소와의 거리는 900여m에 불과했기에 유족의 원망은 더 컸다. 사건 초반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다’던 경찰은 결국 허술한 신변보호 관리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건 초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겠다던 경찰은 부실 수사와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들은 국민의 알 권리 존중과 재범방지, 공공의 이익 등을 이유로 피의자 2명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대책 마련도 이어졌다. 경찰청은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가해자의 범죄 경력과 폭력성 등을 고려한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보완하기로 했다. 스마트워치도 내년 1월까지 1,400대를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특정인의 안면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CCTV를 도입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청에서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강화된 신변보호대책을 수립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죽어야 바뀌는 현실
대책이 마련됐지만, 누군가가 죽어야만 바뀌는 현실을 보며 기자로서 회의감이 들었다. 취재 내내 참담했고, 고통스러웠다. 누군가의 죽음이 제도 개선으로 귀결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에, 오늘도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현장으로 나선다.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