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회 지역기획보도부문_급식 유령업체 난립 연속기획보도_TBC 남효주 기자

<정말, ‘소통’하고 있나요?>
 
때로 너무 흔하게 쓰여서, 납작해져버린 단어들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 고유한 부피를 잃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소통’ 역시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단어가 ‘소통’입니다. 모든 공공기관이 ‘열려’있고, ‘잘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조합니다. ‘소통’하기 위해 전화로, 인터넷으로 민원실을 운영하고, 친절하게 정보공개청구 사이트까지 안내해줍니다.
 
제보자는 이 ‘소통’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제보자가 문을 두드린 건 저희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보자는 이미 관련기관을 모조리 방문한 후였습니다. 처음에는 구청 위생과를 찾아갔고, 이후에는 교육청을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어 검찰과 경찰까지 찾아갔지만 몇 달 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언론사를 찾아왔다던 제보자는 열정에 차 있는 것 같기도, 모든 걸 포기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며, 의문에 가득 찬 눈동자를 품고서도 공허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던 얼굴이 잊히질 않았습니다.
 
새벽에 물류배송이 모두 이뤄지는 급식 식자재 납품 업체들의 특성상, 현장 취재는 대부분 새벽 시간대에 진행됐습니다. 영상취재 선배와 함께 업체들을 돌며 운영하지 않는 곳들을 현장 확인했고, 이 업체들이 납품하는 학교를 확인하던 도중 허위로 위생점검이 이뤄진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학교에 납품될 식자재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장면 역시 확인해 함께 보도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관들은 그제야 움직였습니다. 교육청은 며칠 만에 대책을 내놨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대구시 위생당국도 엄격한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진짜 바뀔 것 같다며 좋아하는 제보자의 모습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많이 씁쓸했습니다.  ‘소통’하겠다던 수많은 기관들 중, 제보자와 ‘소통’한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아무 느낌도 주지 못하는 화면의 단어로서가 아니라, 진짜 ‘소통’하는 기관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정말 ‘열린’ 마음으로 ‘잘 듣는’다면 조금 더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상을 받아 기쁘지만, 같은 이유로 저희를 찾는 제보자들이 내년에는 조금 더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피곤한 새벽시간, 언제나 웃는 얼굴로 함께 현장을 다녀준 영상취재 선배와 AD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힘내서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충분한 사전취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저희 캡과 선배들, 국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