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회 뉴스부문_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 문 대통령 행보 놓고 부적절 발언_JTBC 박소연 기자

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 문 대통령 행보 놓고 부적절 발언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본대사관 근처 한 식당에서 나와 한낮 뙤약볕 아래 섰을 때, 지금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건지 머리가 아찔했습니다.
 
대화를 복기해봤습니다. 차례차례 복기할수록 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의 성적 표현이 담긴 발언은 갑작스레 터져 나온 실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단 속된 표현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현안에 대한 그의 시각과 일본은 한일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무례한 말은 곱씹을수록 불쾌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기자 앞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조롱 섞인 말을 내뱉은 그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부임 당시 그에게 기대됐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있었습니다.
 
침묵하면 없던 일이 되기에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공개 석상이 아니었고 오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자들 앞에서 상대국 대통령을 비하하는 상황이야 말로 깊어질 대로 깊어진 한일 관계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주변 동기와 선배에도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 동기와 선배는 저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건 기사를 써서 알려야 한다고. 제가 침묵하면 이 일은 묻히고 그저 없던 일이 되는 것이기에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에게 보도의 경위를 알렸고 반론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반론 내용을 기사에 실어 보도했습니다.
 
한일 현안으로 떠오른 막말 파장
 
보도 이후 파장은 컸습니다. 다음날 새벽 주한 일본대사관 명의로 이례적인 입장문이 나왔습니다. 일본대사는 “간담회 중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했다. 매우 유감이다”고 사과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유감 표명이 이어졌습니다. 일본 관방장관과 외무상의 입장이 나왔고, 일본 총리도 “외교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하지 않을 것을 발표하며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JTBC 보도를 언급했습니다.
 
여러 파장을 지켜보며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의 파문은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 한일관계의 깊은 골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기사를 써 알려야 한다고 지지해준 동기와 선배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