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회 경제보도부문_전력 피크타임 오후 5시로 늦춘 태양광 발전의 위력_MBC 김윤미 기자

숨은 태양광 찾기
 
“여름 장사 시작해야지”
안 그래도 산업부를 처음 맡아 얼떨떨해 하고 있는데 모 선배가 다가와 산업부는 여름이 대목이라고 했다. 특히 전력을 잘 봐야 한다며 매일 같이 전력 상황을 들여다보는 수고가 필요할 거라는 잔소리 같은 팁도 잊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올여름은 초반부터 많은 전력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역대급 더위가 온다, 전력이 충분치 않다, 이게 다 탈원전 때문이다. 에너지 기사인지 정치 기사인지 구분 짓기도 어려운 기사들. 에너지 정책은 어느새 과학과 합의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시비와 정쟁의 대상이 돼 버렸다.
처음엔 공부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전력거래소 전력 그래프를 들여다봤다. 공급능력이 뭐고 현재부하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한 가지, 전력 그래프가 날마다 같은 패턴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알 수 있었다. 오후 5시마다 전력피크가 나타난다는 것도 그때 첨 봤다. 왜 5시지? 제일 더운 건 오후 2~3시인데.
전력거래소에 전화해서 이유를 물었다. 당연히 그 시간에 전력을 가장 많이 쓰니까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니까 그때 왜 전기를 제일 많이 쓰냐구요. 딱히 기억에 남는 대답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이상했다. 왜 전문가들도 모르지.
산업부에 전화했다. 그랬더니 예전엔 안 그랬다는 거다. 원래는 오후 3시였는데 언젠가부터 오후 5시로 옮겨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유는 아마도 태양광인 것 같다고 했다. 뭐? 태양광? 아무리 그래도 태양광?
 
 무언가 전력피크를 떨어뜨렸다
담당 과장의 말을 믿을 수 없어 취재 초반 무지막지한 양의 자료와 숙제를 요구했던 것 같다. 15년치 전력 피크를 모두 뽑아보고 전국 태양광 설치 현황, 시간대별 태양광 발전효율 변화를 받아 한낮 태양광의 기여도를 추정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그동안 전력피크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국에 태양광이 얼마나 깔렸는지,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안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숨은 태양광의 설비 규모는 전체 태양광의 75%에 달했다. 규모가 작고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돼 왔던 숨은 태양광이 사실은 한여름 전력수요 피크타임을 바꿔버릴 정도의 위력이던 셈이다.
 
 제대로 된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서
보도가 나가고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대통령은 직접 전력 당국에 소규모 태양광 전력량과 피크타임 기여도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산업부는 곧 비계량 태양광의 발전량을 산출해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피크타임 태양광의 기여도는 11%에 달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숨은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의 일별, 월별로 집계해 공개하기로 한 것은 무척 반갑다.
기후 위기의 시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대세가 됐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탄소의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 정말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력 수급에 위기가 온 건지, 태양광은 넷제로의 대안이 될 수 없는지, 이 보도가 이런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논쟁은 정확한 통계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은 알리고 싶었다. 제대로 된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서 출발한다. 이번 보도가 섬세하고 정교한 전력 수급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