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회_지역기획보도부문_급식카드 이대론 안 된다_TJB 조혜원 기자

결식아동에게 그저 배를 채우는 밥 한 끼가 아닌, 마음을 채우는 밥 한 끼가 되길
단발성 보도가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고민
 
대전의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유리 창문 사이로 한 아이가 고개를 빼꼼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더니 잠시 뒤 쭈뼛쭈뼛 식당 입구로 발을 들였습니다.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사장님, 여기 아이누리 카드로 밥 먹을 수 있나요?” 아이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입구로 나온 사장님은 “아이누리 카드가 뭐니? 그런 카드는 받아본 적도 본 적도 없어서.” 라고 답했고, 그 말에 아이는 문을 닫고 도망가듯 달려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취재진 역시 아이누리 카드를 알지 못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누리 카드를 검색해봤습니다. 알고 보니 대전 지역의 급식카드 이름이었습니다. 결식이 우려되는
아동들에게 지자체는 사정에 따라 한 끼 당 4,000원에서 9,000원까지 식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도 든든한 한 끼를 먹으라고 지원해주는 금액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주로 삼각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한 두 해 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에서 마주한 현실도 아이들이 일반 음식점이 아닌 편의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급식카드 사용 실태를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사용하는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많이 가입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많지 않다는 점, 일반 카드와 다르게 생긴 탓에 낙인감을 느낀다는 점, 지역마다 지원 금액이 다르다는 점 등등 여러 차례 지자체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바뀌지 않는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직접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그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질적, 양적 조사를 함께 진행해 지난해 대전에서만 급식카드 관련 1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쓰이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돈만 쥐어줬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어른들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6차례 보도가 나간 후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 아동이, TJB 보도 덕분에 이제는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고 불고기 정식으로 든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마음을 전해 온 겁니다. 예전에는 눈치를 주던 식당 주인들도 급식카드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면서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 줘 위로가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2개월에 걸친 자료 조사와 취재로 급식카드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또 아이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진은 앞으로 불편한 점들이 추가로 개선되길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