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회_기획보도부문_불평등사회가 586에게_KBS 송형국 기자

어쩌면 외면해왔던 것일지 모를 질문
 
‘말과 숫자’뿐인 아이템이었습니다. 인터뷰와 통계자료만 있을 뿐 생생한 현장 영상이 없다시피 한 주제에 도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였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세대는 이렇게나 급변한 오늘날의 문제들에 대응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특히 1980년대에 정의와 평등을 외치며 절차적 민주화를 이뤄낸 86세대 엘리트들은 2020년대 달라진 정의와 평등의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민주화의 성취를 바탕으로 점유한 그들의 권한은 그에 걸맞은 책임까지 담보하고 있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 때문인가. 그 원인 중 하나를 세대의 집단기억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불평등 사회가 586에게>는 이 질문들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에겐 80년대 민주항쟁의 성취를 기린 기억은 많지만 그 이후를 냉정히 평가해본 경험은 많지 않았습니다. 586 엘리트들이 현재 한국사회 정·관·재계를 비롯한 각계 주도 세력이며 오랜 기간 의사결정권을 점유해왔다는 점은 통계로 증명됩니다. 질문은 계속됐습니다. 이 문제를 세대론으로 접근할 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까. 한 세대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 개개인의 특성을 뭉개버리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자칫 세대 갈등만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의도와 무관하게 진영 논리에 휩싸이지는 않을까….
 
통렬한 보석상자
방송에 진심을 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마음이 시청자에게 가닿는 건 별개의 문제일 것입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분들 중에 현재를 반성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야 했고,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내달라고 청해야 했습니다. 반성하는 것과 그 반성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건 별개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8할은 그 분들의 용기 덕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입에서 통렬한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을 때 이번 기획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이들의 소중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부합하는 과거 자료 영상을 찾는 일은 제작진의 또 다른 과제였습니다. KBS의 방대한 자료 아카이브를 뒤지고 헤쳐 잘 맞는 톱니바퀴 같은 영상들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은, 인터뷰이들의 진심을 담을 보석상자를 발견한 듯한 마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해당 세대의 속마음을 보다 정교하게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고 세대 인식 집중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사회심리 조사를 진행한 뒤 해당 분야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들과 함께 정밀한 분석 작업을 벌였습니다. 예상이 수치로 확인된 지점과 예상을 뛰어넘는 지점들이 여럿 포착됐습니다. 방송에 이해하기 쉽도록 처리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열의를 다해주신 공동연구진(임동균·김석호·하상응 교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설득하는 디테일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다시 한번 확인한 점은, 시사 다큐가 영상언어를 구사하는 형식에 얼마나 세밀하게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취재 내용의 설득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기자 생활 중에서도 촬영과 편집의 공이 어느 때보다 큰 경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평등’이나 ‘빈곤’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제작진 모두가 뜻을 모아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서로에게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꺼내지지 않는 질문들, 자칫 지나쳐 잊히기 쉬운 물음을 놓치지 않고 제기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