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회 지역뉴스부문_- 한라산에 무더기 방치된 BMW… ‘제주도 전기차 난맥상’ 연속보도_KBS제주 민소영 기자

한라산에 무더기 방치된 BMW
 
올해 3월, 한 시청자에게서 제보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주택가 등지에 BMW 전기차가 여러 대 방치돼 있다.” 시민이 짚어준 장소들을 돌아봤습니다. 모두 똑같은 외제차 모델이었고, 번호판이 모두 떼어져 있는 데다 외관상은 대체로 멀쩡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동일 모델 차량이 최소 수십 대 이상 내버려진 점을 토대로, 렌터카 업체 소유일 것으로 추정하고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개인정보인가, 공공정보인가
차가 방치된 시점을 전후로 제주도에 우선 ‘렌터카 업체에 지원된 보조금 규모’를 물었습니다. 행정기관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라며 거절했습니다. 취재진이 묻고자 하는 건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의 개인정보가 아니라, 보조금 형태로 업체에 지원된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라는 취지를 다시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며칠간의 시일이 더 걸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5년 사이 제주도의 전기차 보조금 집행 기록을 받았습니다. 예상대로 한 렌터카 업체가 억대 보조금을 받아 사들인 뒤, 경영난으로 영업을 중단하며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곳곳에 세워둔 차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결정적인 제보는 지난 5월, 한라산 주변에서 매년 고사리를 꺾는다는 제주도민에게서 추가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확인해보니, 두 달 전부터 확인하기 시작한 똑같은 모델의 BMW 전기차가 한라산 중산간 목초지에 100여 대 세워져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방치된 전기차 렌터카만 수백 대에 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매 당시 가격이 6천만 원에 달하고, 1대당 2천만 원 넘는 국비와 도비가 지원된 차량입니다. 이렇게 수년간 멈춰서 있는 전기차에 집행된 혈세가 60억 원에 달했습니다. 내연기관차 비중을 줄이고자 보조금을 지원하며 전기차를 보급한 건데, 목적과 정반대의 상황을 빚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제주도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전기차 정책’을 되짚어보는 취재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2만 대’ 시대를 열었다는 보도자료도 대대적으로 낸 바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던 만큼, 여러 문제점도 더 일찍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실적은 남지만, 책임은 없다
주말을 이용해 현장을 찾아다니고, 전기차 운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점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주고 나면 끝’ 식의 보조금 집행 방식과 ‘양적 팽창’에 집중된 채 사후관리가 전혀 없는 전기차 정책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급 사업에 매년 수백억 원 세금을 붓고도 전기차와 관련 인프라 보급 실적만 기록했지, 실제 전기차 운행 현황이나 인프라 부실 관리 여부는 파악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전기차 보급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부터 1조 이상에 달하는 예산이 ‘전기차 보급’ 명목으로 매년 집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업무를 맡는 관련 중앙 부처와 지방정부도 제각각이어서,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일괄적으로 잡히지 않는 등의 문제점도 취재 과정에서 눈에 보였습니다.
수만 대 전기차를 보급하고, 충전기를 깔았다는 실적은 숫자로 보이는데, 부실 사후관리에 대해선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혈세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앞으로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잘 감시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