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회 지역기획보도부문_나지 않은 60명 집단 암 사망의 비극_KBS청주 이정훈 기자

끝나지 않은 60명 집단 암 사망의 비극
 
20년 전 소각장이 청주 외곽인 북이면 조용한 마을에 잇따라 생기면서 10년새 주민 60명이 원인 불명의 암으로 숨졌다. 이는 소각장 집단 암 미스터리와 괴담 등으로 퍼져 나갔다. 이러는 사이 충북 청주시는 전국 최고의 미세먼지 도시가 되었다. 특히 전국 폐기물 소각량을 20% 가까이 처리하면서 소각장 도시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결국 성난 주민들의 끈질긴 요구에 환경부가 첫 소각장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했지만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미궁에 빠진 소각장 집단 암 미스터리
 
소각장과 집단 암 발병의 역학적 관련성이 제한적이라는 환경부의 보도자료는 사실상 인과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 KBS는 환경부의 엠바고로 보도 시점을 늦추기는 했지만 이미 환경부가 이같은 결론을 낸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 가족의 억울한 죽음으로 피해를 호소하던 주민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이상한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도 조용했다. 지역 이미지와 얽혀 있는 여러 이해 관계 속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다.
 
발표 내용을 따옴표에 가둬 환경부의 의도대로 단순 전달하는 대부분 언론과 달리 사전 취재를 충분히 한 결과 차별화된 보도를 할 수 있었다. 환경부가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주요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거나 간과했다는 KBS의 연속 단독 보도가 나가자 또다시 진실이 미궁에 빠져 침묵했던 지역 사회가 들끓었다. 특히 원인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이들을 호명하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탐사 보도를 통해 재조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커졌다.
 
때문에 환경부가 “소각장과 집단 암 발병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합리적으로 도출했는지 철저하게 검증했다. 주민들의 요중 카드뮴과 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유전자 손상 지표 등도 소각장에 가까울수록 높게 나타나 인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지만 환경부가 조사 연구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도 생략했다는 사실도 확인해 고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소각장에 면죄부..후폭풍 거세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환경부가 내린 결론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환경역학 권위자들에게 자문을 받고 끈질기게 교차 검증을 했다. 이를 통해 환경부가 소각장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조사 방법과 절차 등에 문제가 많은데도 끼워 맞추기 결론을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과학적 사실조차 입맛에 맞게 해석한 것이다. 그러자 무관심했던 지역사회와 대부분 언론이 재조사를 촉구하고 환경부를 비난하는 여론으로 바뀌었다.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이 인과성이 없고 문제가 없다면 환경부를 소각장 옆으로 당장 옮기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재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랐고 환경부를 규탄하고 있다. 청주시의회도 환경부의 주민 건강영향조사 재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낼 예정이다. 처음 지역 의제로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중앙 언론과 서울 시민사회단체 등도 재조사 촉구에 힘을 보탤 정도로 전국적 이슈로 커졌다. 앞서 3월부터 소각장과 함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매립장 문제도 심층 취재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시멘트업계 1위 쌍용 C&E가 강원도 영월에 폐광 복구 대신 침출수 유출 등으로 인근 지역과 수도권 식수원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규모 석회암 매립장을 조성하고 있는 실태도 고발하고자 과학적 검증을 철저히 했다. 앞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처치 곤란의 산업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폐기물 정책과 행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불법 폐기물이 방치되면서 쓰레기산을 이뤄 국제적 망신까지 샀던 의성 쓰레기산이 상징적이고 단적인 예이다. 이처럼 정부가 방치하면서 민간업체가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명분을 삼아 매립장과 소각장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사모펀드와 맥쿼리 등 투기 자본은 물론 대기업까지 친환경 산업으로 포장해 폐기물 처리 시설을 앞다퉈 조성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지역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비록 넉달째 혼자 외롭게 탐사 보도를 이어가느라 벅찰 때도 있지만 힘없는 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위협하고 있는 자본 권력과 무책임한 정부를 끝까지 날카롭고 매섭게 감시하는 감시견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