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회 뉴스부문_5.18 북한특수군 김명국 추적보도_JTBC 봉지욱 기자

<518 북한특수군 김명국> 추적기
 
“근데 김명국이 누구냐?”.
올해 초, JTBC 탐사프로그램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라정주 피디와 술잔을 부딪치던 중이었습니다.
“아, 맞다. 광주에 갔다는 북한군!”.
 
라 피디는 연신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도무지 못 찾겠단 겁니다. 방송 펑크를 앞둔 피디의 고통이 술잔 너머에 아른거렸습니다. 5·18 당시 광주로 갔던 북한특수군 김명국. 그는 ‘북한군 개입설’의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함께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탈북민 집단부터 뒤졌습니다. 김명국의 실명은 정명운. 회령 출신으로 2007년 탈북, 군 훈련 중 부상이 만든 신체적 특징을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시간은 또 막막히 흘렀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단서였다
 
“선배, 이 사진 좀 보세요”.
사진의 정명운 얼굴 너머로 보이는 한 회사의 로고. 바로 저기다! 이렇게 간판이 나오려면, 어느 위치에서 찍었을까. 하염없이 일대를 떠돌았습니다. 그러기를 한 달여,
 
“김명국 선생님이시죠?”. ‘네’
가명을 물었는데 조건반사처럼 돌아온 대답. 일순간 당황한 취재진. 이게 웬 횡재냐.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나는 광주에 간 북 특수군”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아, 좀 오지 말라니까요. 좀, 글쎄”.
세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아, 선생님 얼굴 보고 싶어서 왔죠”.
또 다시 시작된 평행선 대화. 그런데 그의 주장엔 구멍이 숭숭했습니다. 뭔가 어설프고, 다소 허술했습니다. 재차 물었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 다신 안 올 테니까,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광주에 가셨어요? 안 가셨어요?”
10여 초를 머뭇거리더니 입을 엽니다. “안 갔어요”.
 
탈북해서도 광주는 아직 못 가봐
 
그렇게 그의 고백이 시작됐습니다. 1980년 당시 정명운은 19살이었습니다. 대남 간첩을 후방 지원하는 대남연락소 2처 소속 전투원. 훈련 중 다리 부상을 입었고, 5·18 기간 중엔 광주가 아닌, 평양에 군인 병원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광주가 아닌 평양이라니!
 
며칠 후 JTBC 인터뷰실을 찾은 정명운. 먼저 광주 시민께 사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합니다. 2013년, 자신이 채널A 방송에 등장한 이유, 2009~2010년 세 차례 국정원 조사를 받았던 일, 돈을 줄 테니 기자회견을 하자고 유혹한 세력에 대한 존재 등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을 증언했습니다.
 
보도 후 5·18진상규명위원회는 정명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가 조사에 임한 건 저희와의 만남이 중요한 동기가 됐습니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고 본 겁니다. 온라인을 떠돌던 ‘북한군 개입설’ 가짜뉴스들도 하나 둘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혜성 같이 TV에 등장했던 북한특수군 김명국, 8년 만에 실체가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