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회 경제보도부문_ESG 열풍의 실체는_MBC 곽승규 기자

<ESG, 넌 누구니?>
 
시작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취재였습니다. 지난 1월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리자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저 역시 관심을 가지고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SK그룹의 ESG 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 또한 쏟아졌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SK그룹에 속한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요 가해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ESG경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이 다른 분야도 아닌 ESG경영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건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ESG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가습기살균제와 SK>편이 3월에 먼저 방송됐습니다.
 
그 사이 경제계에서는 말 그대로 ESG광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일 같이 보도자료를 쏟아냈고 ESG가 들어간 기사만 매일 1천여 건씩 생산됐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검증해봤습니다. 기업들이 꾸렸다는 ESG 위원회는 대체 누가 이끄는 건지, 보도자료에서 홍보한 행사들이 정말 ESG경영과 관련 있는 행사인지도 따져봤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부터 ESG경영이 뭔지 정확히 이해해야했습니다. 대부분 기사에서 ESG를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라는 정도로 소개하고 있었고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몇 달 사이 ESG 관련 서적이 새로 출판돼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전문가들과의 사전 인터뷰 또한 유익했습니다.
 
 
ESG는 죄가 없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게 당부한 것이 있었습니다. ESG경영 자체는 긍정적인 면이 많은데 너무 부정적으로만 묘사되지 않게 유의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ESG에는 죄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말로만 ESG를 외치면서 홍보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기업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저 또한 ESG경영이 국내에 잘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을 준비한 것이기에 그 말에 더 유념해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ESG 경영이 뜻하는 게 대체 뭔지 그 개념을 설명하는데 방송의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ESG 열풍이 불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ESG란 단어조차 들어본 적 없는 시청자 또한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진입장벽이 높은 경제용어인데 마치 강의하듯 길게 개념을 설명하는 게 과연 소구력이 있을지 걱정도 됐습니다. 기사 구성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세옥 팀장과 박민주 데스크가 없었다면 아마 나갈 수 없던 기사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ESG 열풍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순위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사회와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가 기업을 평가하는 새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그에 비례해 지금껏 보지 못한 여러 형태의 문제 또한 나타날 것입니다. 당장 ESG 평가를 대체 누가하는 건지, 평가방식은 합당한지, 평가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이 ESG 평가에 직접 뛰어들고 수익사업까지 벌이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에 관심 갖고 취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