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회_기획보도부문_ ‘신도시의 타짜들’_KBS 시사기획창 신도시의 타짜들 기획취재팀

LH 직원 14명, 100억 원대 땅 투기’
 
지난 3월 2일 있었던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LH 직원들을 향한 분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배신감까지…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대형 의제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혼란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진실 규명이 시급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LH의 일탈인지, 아니면 뿌리 깊은 병폐인지 살펴봐야 했습니다. 만일, 개발 정보가 밖으로 흘렀다면, 다른 부동산 투기꾼의 가담 가능성도 있어 보였습니다.
 
KBS <시사기획 창>과 탐사보도 팀은 즉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단기 목표는 신도시 땅 소유주에 대한 전수조사였습니다. 웹에서 열람할 수 있는 토지대장을 떼서 소유주 DB를 구축한다면, 가능한 취재였습니다. DB 구축은 웹 기록을 수집하는 이른바 ‘웹스크래핑’ 기법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취재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기획취재팀이 꾸려졌습니다.
사흘 만에 취재팀은 광명 시흥 신도시 땅의 소유자 DB를 구축했습니다. 최근 10년간 소유주가 바뀐 필지는 7천여 개, 취재진은 이 땅들을 가진 8천여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신도시 경계 외곽 500m 땅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진짜 타짜’들은 주변 땅을 노린다는 세간의 얘기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취재팀은 솜씨 좋은 ‘부동산 타짜’로 알려진 LH 직원, 이른바 ‘강 사장’ 땅을 최초로 찾아냅니다. 전수 조사의 가능성을 확인한 취재진은 2주 만에 광명 시흥 뿐 아니라 3기 신도시 8곳의 토지대장 DB를 구축했습니다. 토지대장 2만 3천여 건, 토지소유주 2만 6천 명, 법인 650여 곳을 아우르는 자료였습니다.
 
DB를 토대로 취재팀은 크게 세 갈래로 기획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LH 내부에 더 있을지 모를 ‘원조 타짜’에 대한 추적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최초 포착한 강 사장이 정말 몸통인지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분석 3주 만에 취재팀은 투기 시도가 특정 땅에 집중된 특이점을 발견합니다. 바로 광명시 노온사동입니다. 이곳에서는 LH 직원과 그 관련자들의 투기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나왔습니다.
수도권 밖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은 26만㎡였는데, 이 중 27%를 전북 거주자 84명이 사들였습니다. 땅 면적 놓고 보면 충남 거주자의 곱절이었습니다. 84명 중 48명은 노은사동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습니다. 이들은 의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등 전주 지역 유력인사들이었습니다.
이중 취재팀이 주목한 이는 가장 이른 시점에, 많은 땅을 사들인 한 법무사 이 모 씨였습니다. 같은 시점 경찰도 이 씨를 쫓고 있었습니다. KBS가 <시사기획 창>과 <뉴스9>에서 이 씨의 원정 투기에 대해 추적 고발한 다음 날인, 4월 12일 그는 끝내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강 사장’보다 앞선 LH의 또 다른 직원 ‘정 사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두 번째 갈래는 재계 인사들, 그리고 농업법인에 대한 추적입니다. 취재팀은, 자체 구축한 신도시 소유주 DB와 상장사 2천300여 곳의 등기 임원 만 3천여 명을 대조했습니다. 이 중 유별난 땅 사랑을 보이는 SM그룹 우오현 회장과 ‘부자 농부’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아울러 신도시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던 의문의 농업법인들, 그들의 돈줄과 배후를 끝까지 파헤쳤습니다. 특히, 여의도 투기 자본들과 기업인들은 농지를 맘대로 살 수 있고 세금 혜택까지 받는 영농법인을 앞세워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방송 한달여만인, 지난 5월26일 금융위는 <시사기획 창>에서 ‘농지 투기’ 의혹을 제기한 자산운용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세 번째 취재팀이 추적한 ‘타짜들’은 우리 동네 가까이에 있는 정치인들이었습니다. 개발 예정지 땅을 미리 사들여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내친김에 취재진이 경기도 지역 전, 현직 기초의원들의 땅 보유내역을 분석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평균 공시지가보다 70% 이상 더 비싼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LH만의 문제일까?” 막연했던 의구심은, 한 달여간의 취재 여정에서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타자들은 신도시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LH 직원들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불로소득을 누리는 특권계층은 다름 아닌 우리 동네 곳곳에 늘 있어왔습니다.
타짜들이 횡행하는 도박판을 뒤엎지 않는 한, 승자 독식 구조는 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치권의 자성은 요원해보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각성해 변화를 일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