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회 지역뉴스부문_LH 반칙거래 10년의 고리 추적 연속보도_KBS전주 오정현 기자

LH ‘반칙 거래’ 10년의 고리를 쫓아서
 
땅에 남은 기록, 데이터
 
결국, 데이터와의 싸움이었습니다. LH 개발 정보로 땅 투기했다는 의혹이 공분을 키워갈 즈음 KBS전주가 한 일은 TF를 꾸려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떠다니는 의혹에 살을 덧대는 수준이 아닌, 직접 실체를 좇아 탐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243’ TF가 분석한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 수입니다. 1천 조각 땅에 기록된 데이터들을 풀어놓자 수천 명의 땅 주인이 쏟아졌고, 면적, 매매가격, 거래일 등 감히 헤아리지 못할 숫자들이 나열됐습니다. 저희는 세고 따져봤습니다. 의미가 흐릿했던 방대한 정보값은 취재진의 손을 거치며 탈락과 잔류를 반복했고, 실체로써 거듭났습니다. 기사는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노온사동만 있었을까?
 
투기 의혹이 가열된 경기 광명·시흥지구 7천 필지 가운데, 2017년 이후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이 매입한 땅은 26만㎡였습니다. 여기서 전북 사람이 사들인 땅을 추리면 7만㎡, 27%나 됐습니다. LH 전북본부 직원 정 모 씨가 이번 사태 ‘뿌리’로 꼽힌 배경입니다.
 
정 씨가 빼낸 내부 정보로 정 씨 주변인까지 나서 땅 투기했다는 의혹인데, 취재진은 정 씨를 뿌리로 둔 이들의 수상한 땅 거래가 처음이 아닐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가설은 매우 주요했습니다. TF는 이번 사태 뿌리와 가지로 지목된 ‘48인’의 과거를 캤습니다. <투기, 그런 거 아니에요>라며 조소로 한 그 말이 진짜인지 따져봤습니다.
 
마침내 잡은 ‘10년의 고리
 
수천 장 등기부와 토지대장 위로 어지러이 형광펜 덧긋기가 계속됐고, 선을 죽죽 빼내 이름 하나하나를 대조했습니다. 반복 노동은 가히 수고로웠지만 그렇게 LH 반칙 거래 10년의 고리를 증명하는 ‘지도’가 완성됐습니다. 모든 투기 의혹을 우연으로 핑계하는 그들의 땅 쇼핑이, 반복적이고 계획적이었음을 입증하는 일종의 관계도입니다.
 
이 자료는 참 독창적이었습니다. 수사도 언론도 논란의 광명 ‘노온사동’만을 맴돌았기에 뿌리와 가지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했고, 투기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개발을 마치고 돈을 챙긴, 이미 10년 전 전북 전주 땅에서 벌어진 투기 정황을 캔 건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내내 ‘투기 아닌 투자’를 내세운, 단순하지만 공고했던 이들의 논리는 무너졌습니다.
 
맨 처음 말한, <데이터와 싸웠다>는 건 말이 고와 조사이지 실은 아무 땅이나 붙잡고 이마를 박아대는 격이었습니다. TF가 꾸려지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해온 업무의 7할이 그랬습니다. 하필 문과 출신이어서 죄송합니다. TF가 해산된 지금, 팀을 이끈 20년 차 시니어부터 3년 된 주니어까지 모두가 데이터 크롤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써먹을 곳을 곧 찾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