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뉴스부문_SLS조선 분식회계 및 수사관련 연속보도_MBN 안형영 기자

“검찰 수사 발표 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돈 줄이 막혀서 정말 힘듭니다.”
현장 취재를 위해 경남 통영으로 달려가 만난 회사 경영진은 읍소로 일관했다. 분식 회계 정황이 담긴 서류와 떡값 명단을 내밀어도 ‘우린 할말이 없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며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순순히 시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침묵과 읍 소로 대응할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오후 6시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때마침 SLS조선 직원들이 퇴근을 재촉하고 있었다. 퇴근 행렬을 보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보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보도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뒤엉켰다. 데스크와 팀장에게 취재를 접자는 말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취재를 접더라도 일단은 사실 확인이라도 해 볼 양으로 회사 관계자들을 수소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만 노조와 일부 회사 관계자로부터 SLS조선의 자산을 모기업인 SLS중공업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수없이 이뤄지고 있고, 매출과 순이익을 산정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얘기를 들은 게 그나마 수확이었다.
이렇게 통영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창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창원지검 관계자는 조만간 수사가 마 무리 될 것이고, 취재중인 사안은 검찰에서 대부분 보고 있지 않겠느냐며 취재 의욕을 꺾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제보자와 다시 통화를 시도했고, 제보자는 ‘접더라도 이 사람만은 만나보라’며 연락처를 건넸다. 수십 번의 시도 끈에 통화가 된 이 사람은 SLS조선의 회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면서도 말을 아꼈다. 일단은 말은 안해도 좋으니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그와의 만남은 SLS조선에 대한 일련의 의혹을 보도하게 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제보자와 비슷하게 전해 들은 것처럼 회계 분식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끝 말미에 자신이 분식회계 정황이 담긴 문서를 작성했다고 실토했다. SLS조선이 피인수기업인 신아조선의 분식회계를 고백하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했는데, 또 다시 분식을 시도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면서. 그리고 SLS조선 경영진은 회사 발전보다는 자산 빼먹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 SLS조선의 비리를 고발하지 않으면 한 기업의 해체 수준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는 검찰 수사고, 언론의 역할은 또 따로 있지 않느냐고 따끔하게 질 책하기도 했다.
통영과 창원에서 취재가 이뤄지고 있는 사이, 서울에서는 법조팀이 가동돼 SLS조선 분식회계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이 장부조작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점과 SLS조선이 지역 정관계 인사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팩트를 잡았다.
지난 11월 11일 저녁 9시 ‘뉴스와이드’ 톱으로 ‘SLS조선 수백억 분식회계’ ‘회계조작 수법’ ‘회계법인 장부조작 묵인 의혹’ 등 리포트 3개가 연속으로 보도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후 추가 취재 를 통해 SLS조선의 무리한 대출에 따른 금융권 부실우려 와조선업계 지급보증의 구조적 문제점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보도 이후에 검찰은 금방 끝낸다던 수사를 한달 이상을 이어갔다. 그리고 제기됐던 의혹들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 글을 쓰는 순간 SLS조선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려 오고 있다. 환부만을 도려내지 못하고, 만신창이를 만들어 버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모든 일은 올바른 이치로 돌아갈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함께 취재하고 격려했던 유상욱 법조 1진, 송한진 기자와 기쁨과 공을 나누고 싶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준 MBN 모든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