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기획보도부문_어느 재벌가의 투자법_MBC 김병헌 기자

‘그 많은 미국 부동산을 무슨 돈으로 샀을까?’
백승우 기자가 미국으로 떠난 뒤 나에게 남겨진 몫은 부동산 구입자금의 출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취재’보다 ‘수사’에 가까운 이번 취재의 시작은 무거운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해외 발행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무기명 채권, 비상장사 주식 처분 등등. 가능성이 있는 자금원을 쭉 써서 정리하고 무작정 효성 관련 공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주)효성의 감사보고서 주석사항은 물론 효성과 그 계열사 공시도 빼놓지 않고 찾아봤습니다.
며칠 동안 서류더미와 계산기를 놓고 씨름한 끝에 눈에 띄는 공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현준 사장이 한 계열사 주식을 불과 5원에 취득한 것.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분명 수상하고 이상한 거래였습니다.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싼값에 취득했다?’ 재벌가의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분명 살펴볼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대검첩보보고서에 대한 내용도 흘러나왔습니다. 거기에서 또 핵심 단서가 포착됐습니다. 노틸러스 효성이라는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효성가 삼형제가 싼값에 취득했다는 내용이 었고, 관련 공시를 또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헐값 매입, 유상증자 참여, 사업부문 양수, 계열사 간 매출 증대, 투자수익률 9500%!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흐름이 (주)효성과 노틸러스효성 공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제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믿을 수 있고 보안이 유지될 수 있는 취재원들을 찾아서 자문을 구했고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취재가 서서히 사실을 찾아가는 동안 미국에서도 훌륭한 취재결과가 속속 전해져 들어왔습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지의 부동산을 모두 촬영하는데 성공했고, 특히 효성아메리카와 부동산과의 연관관계, 그리고 검찰이 소재파악을 할 수 없다고 했던 주모씨의 거처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물리적인 한계로 취재의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여 동안의 추적은 효성가의 의혹에 접근하는 단서를 찾아 세상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에 대한 취재는 계속 될 것이고,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했던 검찰의 수사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방송에 나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취재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3주 동안 미국현지에서 쉬지 않고 취재를 하고 달려온 백승우 기자와 전효석 PD, 늘 옆에서 궂은 일 마다않던 김혜정, 박혜숙 작가, 드러내지 않고 취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소중한 취재원들, 그리고 부담스런 취재내용을 방송될 수 있도록 도와준 데스크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 니다.
어려운 시기에 영광스런 상을 주셔서 격려해 주신 방송기자연합회에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