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회 기획보도 부문_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비밀 2부작_MBC 이지선 기자

포털 뉴스와 ‘공론장’으로서의 역할

저널리즘에 등장하는 중요한개념 중 하나가 하버마스의 ‘공론장’입니다. ‘공론장’이란 사회구성원들이 특정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두루 접할수있어 합리적인토론과 건강한여론형성이 가능해지는공간을말합니다. 우리사회가겪고있는 세대간분열, 성별갈등, 혐오, 이념의양극화속에 ‘공론장’의 필요성은 그어느때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이미 오래전에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뉴스를 봅니다. 전국 주요신문사와방송사들이매일 생산해내는수천건의 기사들은 모두 네이버와 다음으로 보내지고, 포털은 이가운데극히 일부 기사만을 선별해 보기좋은곳에 진열합니다. 포털은 이미 또다른 형태의 언론이면서 가장강력한 뉴스플랫폼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포털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결코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수 없다는 건 이제 많이들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이 실제로 어떤 기사를 추천하고 있는지는 한번도 검증된적이 없습니다. 포털에 접속할 때마다 유독 특정언론사기사만 자주눈에띈다던 많은사람들의 이야기가 과연 그들만 겪은 우연이었는지, 음모론인지, 아니면 정말 사실인지, 이를 입증할 실증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데이터크롤링기법을이용했습니다. 포털은‘영업비밀’이라며알고리즘을공개하지않습니다. EU는 구글을상대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릴때 알고리즘이아닌 알고리즘이추천한 검색결과물을 방대하게수집해 증거로사용했습니다. 여기에서힌트를얻어 데이터크롤링기법으로 네이버뉴스알고리즘이 추천한 기사결과물을 최대70일치까지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그결과 의혹은사실로드러났습니다. 실제 포털뉴스는 소수특정언론사에만 노출이 심각하게 ‘편중’돼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PC웹사이트와 모바일앱 모두 일부보수언론사에 노출이 편중돼 있었고, 다음은 뉴스통신3사에 심각한 노출쏠림 현상을 보였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진보언론사의 노출비중은 단 3%대로 터무니없이 낮았습니다. 이말은 곧 그동안 포털에서 진보언론사의 관점이나 시각은 국민에게 노출될 기회 자체가 사실상 거의 없었다는 뜻입니다. (중도보수, 중도진보로 분류된 언론사는 모두 ‘중도’에 포함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이로 인해 더 강화되고 가속화됐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비밀’ 2부작은 누구나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답을 할 수 없었던 질문에 국내 언론사 최초로 답을 구해보고자 시도한 프로젝트입니다. 보도 제작물이기 때문에 학술논문 수준의 세밀함과 정교함을 완벽히 갖추지는 못했지만, 다수의 언론학자 자문을 받아 최대한 정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네이버가 조금이라도 저널리즘적인 가치를 고민하고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보도직후, 반향은컸습니다. 네이버는 올해안에 뉴스추천알고리즘을 공개검증하는 기구를 새로꾸려 인공지능알고리즘을 다시점검하겠다고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과방위소속의원들이 포털뉴스알고리즘의 의무제출을 골자로하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발의했고, 문체위에서도 포털에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지우는 신문진흥법개정안을 준비하고있습니다. 몇날며칠 밤을새고 몸은힘들었어도 이런게 바로 탐사보도의 묘미이고 보람이지않나싶습니다.

MBC 이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