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회 뉴스 부문_LH 투기와 뇌물, 부패 사건 연속 특종 보도_MBC 이준희 기자

LH 투기 ‘조연’에 주목하다

우리 삶과 가까웠지만 감시는 소홀했습니다. 불법은 관례화됐고 죄의식마저 없었습니다. 자정 기능은 마비돼 있었고, 덮고 감추기에만 급급했습니다. LH는 그렇게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 기자회견 직후 MBC 경제팀은 특별취재단을 구성했습니다. 3기 신도시를 전수조사해 의심스러운 토지 거래 수백 건을 찾아냈습니다. 토지주들의 신분을 일일이 검증하는 과정에서 LH의 땅 투기 실태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저희는 하루하루 이슈를 쫓아가면서도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수상한 땅을 직접 사들인 LH 임직원들이 ‘주연’이라면, LH를 이렇게 병들게 한 ‘조연’은 누구였을까 고민했던 겁니다.

국토부 장관이 투기 아니다”?
이번 국면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는 원래 철저한 ‘조연’이었습니다. LH를 감독하는 주무부처의 장(長)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투기 조사든 대책 마련이든 국토부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창흠 장관은 직전 LH 사장이었고, 투기 의혹 대부분이 그의 재임 시절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그의 인식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높은 보상가를 위해 묘목을 빼곡히 심고,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 토지를 1천㎡ 단위로 잘게 쪼갠 LH 직원들의 말과 놀랄 만큼 똑같았습니다. 신도시를 만드는 기관의 임직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개발 예정지의 땅을 살 수 있었던 이유, 그 도덕적 해이를 변 장관이 여실히 증언해준 겁니다. 결국 MBC 보도 일주일 만에 변창흠 장관은 시한부 장관이 됐고, 이제는 ’전 장관‘으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뇌물장부와 전관예우
LH 출신의 수많은 ‘전관‘들도 땅 투기 의혹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던 조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LH 내부의 준법 의식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똑똑히 알 수 있었습니다. LH 납품업체의 뇌물장부에는 그 검은 기록이 깨알같이 기록돼 있습니다. 3년 동안 3억 원 넘는 돈이 LH 임직원에게 흘러들어갔습니다. 장부에는 LH 직원 부인의 수술비가 등장하는가 하면 성매매업소 비용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부에 ’부회장‘이라고 나온 LH 1급 간부는 퇴직 후 그 납품업체의 부회장이 되어 친정의 일감을 열심히 따왔습니다. LH의 1년 발주 규모는 무려 16조 원. 어떤 기관보다 독한 감시가 필요했지만, LH는 스스로 그 빗장을 열어젖혔습니다. 어떤 죄의식도 없이 퇴직 후 납품업체로 향했고 현직 후배들에게 일감을 구걸했습니다.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설계공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LH 퇴직자가 근무하는 설계사무소가 용역 대부분을 따냈습니다. ’LH 현직 심사위원들이 특정 업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도한다‘, ’심사위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믿기 힘든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LH 전현직들의 이 같은 ’검은 고리‘는 이제 경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4명만 잘해서 받는 상이 아니기에 감사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먼저 취재 전반을 진두지휘한 MBC 통합뉴스룸 경제팀장, 그리고 팀원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취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준 경제에디터, 통합뉴스룸 선후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MBC 경제팀의 보도를 높게 평가해 주신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위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MBC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