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회 뉴스부문_원전 수소폭발 방지 장치에 ‘결함 의혹’_KBS 임종빈 기자

원전은 안전한가?

“우리의 기준은 단 하나, 안전입니다.”
전국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뜨는 문구입니다. 그러나 KBS의 취재 결과, 안전 문제를 대하는 한수원의 태도는 표어와는 달랐습니다. KBS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10주기를 맞아 취재를 진행하던 중, 한수원 내부에서 원전 안전장치에 대한 실험에서 이상이 발견됐단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KBS는 1월 초부터 다각적인 취재를 진행했고, 1월 중순 제보자 측과 접촉했습니다. 제보자는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우려해 언론과의 접촉 자체를 꺼렸지만, 취재진은 끈질긴 설득 끝에 우회적인 루트로 제보자와 접촉했고 결국 한수원의 내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신고서 내용까지 확보해 단독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2015년 모든 원전에 설치한 ‘수소제거장치’에 폭발 위험에 이를 수 있는 결함이 있고, 이러한 내부 문제 제기가 은폐됐단 의혹이었습니다.

원전 최후의 순간 작동해야 할 장비, 결함 가능성
원전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사고는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입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전원이 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연료봉인 노심이 녹아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격납 건물 안에 수소가 가득 찼고, 결국 폭발로 이어졌습니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 4%만 넘어가도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석 달 뒤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원전의 중대사고 시 수소폭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설비확보를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후속 조치 수립을 위해 민관으로 구성된 국내원전 안전점검단에서 IAEA 권고안에 따른 이행계획으로 피동형 수소 제거장치(PAR : 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 설치를 요구했고, 2015년까지 전국의 모든 원전에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PAR는 전원이 없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장치 안에 백금으로 된 촉매판이 들어 있고, 수소가 촉매와 반응하면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는 원리입니다.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해 이를 널리 알리고자 2016년부터 중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국내 원전 안전성 입증 및 개선사항 도출’이 최종 목표로 연구 기간만 3년이었습니다. 전체 예산 63억 원 가운데 안전성 입증 실험에 전체 예산의 1/3이 투입됐고,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독일 업체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PAR의 축소 모형을 이용한 독일 실험에서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장치가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 즉 수소 제거율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한수원의 구매 규격에조차 미달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특정 환경에서 촉매가 손상돼 제어 불가능한 불티 형태로 날리면서,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비가 오히려 수소폭발 등 더 큰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발견된 겁니다.

KBS는 정작 수소제거장치가 위험한 순간에 제구실을 못 할 우려가 있고, 결함 가능성이 있다는 한수원의 내부보고서 전문을 입수했습니다. 또한, 당시 실험 동영상 등을 모두 확보했으며, 이러한 문제 제기에 신빙성이 있는지 10여 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보도는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KBS 임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