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회 기획보도부문_시사기획 창_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_KBS 이현준 기자

우린 화학물질에 좀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사태 당시 정부는 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화학물질 159개 품목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159개 품목을 338개 품목으로 확대했습니다. 화학물질 안전성 시험 자료 등을 생략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규제 완화 품목이 무엇인지, 선정 근거는 무엇인지 환경부에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산업부 담당 사안이어서 모른다’였습니다. 산업부에 물어봤습니다. 산업부는 해당 품목들이 전략물자라는 이유로 목록조차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참사를 겪은 국가의 정부가 아직도 화학물질에 대해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화학물질 비밀주의가 어떤 부작용과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지 지적하기 위해서 취재를 결심했습니다.
 
화학물질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
 
당초 의도는 338개 품목 목록을 확보해서 직접 안전성을 검증해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산업부는 기자의 공개 요청은 물론 환경 시민단체, 국회 의원실의 요구에 대해서도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취재 방향을 틀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정부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우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시 짚어봤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살균소독제 물질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팝스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박은정 교수와 문효방 교수 등 독성학자들과 김신범 환경노동건강연구소 부소장, 강은미 의원 등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프로그램 취지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준 덕분에 수월하게 취재가 진행됐습니다.
 
53분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화학물질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겐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인류가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건 100년도 채 안 됐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사이 정말 수많은 질환이 생겼습니다. 화학물질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다만 일상에서 접하는 화학물질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특정 화학물질과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100% 확신하지 못할 뿐입니다.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화학물질을 대하는 자세는 전자에 가깝고, 유럽이나 미국 등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화학물질을 지금보다 더 민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가 화학물질 정보를 항상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저도 미약하나마 힘을 계속 보태고자 합니다.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 직접 연구를 할 순 없겠지만 화학물질의 심각성을 밝히는 누군가의 연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