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회 지역뉴스부문_환경부 포획트랩에 멸종위기종 무차별 포획_G1강원민방_최돈희 기자

“산양이 올무에 걸렸답니다.“
 
대부분의 취재가 사람들의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듯 이번 취재도 평소 알고 지내던 취재원의 짤막한 언질에서 출발했다. 강원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산양’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양이 가진 생태학적 가치는 대단하다. 산양은 서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취재 가치는 충분하다. 그런데 그런 산양이 올무에 걸렸다니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산양이 걸린 올무는 ASF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야생멧돼지를 잡겠다며 환경부가 설치한 포획트랩이라는 포획도구. 순조로울 줄 알았던 취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가로막혔다. 세상에 이유 없는 정책은 없다지만 이번엔 저항(?)이 남달랐다. ‘ASF 확산 차단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굳건히 쌓아올린 환경 당국의 명분 앞에 사업 계획을 받아볼 수도, 현장을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오로지 외곽 취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상황. 여러 루트를 통해 얻은 조각난 정보를 토대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취재는 ‘환경부 포획트랩의 실상’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발품으로 확인한 사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올무에 걸린 산양은 한 마리가 아니었고, 그중엔 이미 폐사한 산양도 있었다. 산양 뿐 아니라 담비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숱하게 잡히고 있었다. 실제로 포획트랩 설치 이후 동물보호센터로 이송되는 야생동물이 급증했고, 센터 관계자들조차 ‘포획트랩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불법 포획도구인 올무를 멧돼지 포획을 위한 최선의 합법적 장치로 만든 ‘GPS 장치’도 엉망이었다. 야생동물이 걸리면 즉각 알림이 울려야 할 GPS는 온통 먹통이고 그나마 작동이 되는 GPS도 겨울철 온도에 속수무책이었다. 기존 올무와 별반 다르지 않는 포획도구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멧돼지 이동 길목에 있어야 할 포획트랩은 먹통 GPS 탓에 사람이 다니는 임도 주변에 설치돼 있었다.
실제 멧돼지는 잘 잡히는 걸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환경부 정책에 대한 일말의 기대로 시작한 취재. ASF 발생 현황은 매일 공표되는 반면, 포획트랩 포획 현황은 자료가 없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포획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자료를 일일이 분석해봤다. 포획트랩 설치에 예산 1억원을 들였는데 잡힌 멧돼지는 5개월 동안 11마리. 한 마리 잡는데 900만원 넘게 쓴 셈이다. 자치단체 관계자들도 포획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소연하면서도, 국비 지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설치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부실 운영, 과도한 예산 투입. 기사가 되는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코로나19가 잠식한 지난 1년, 강원도는 ASF라고 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심은 낮다. ‘대상이 동물이어서’,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서’ 등등. 양돈업을 하지 않는 이상 관심가질 이유가 없다. 특별한 케이스이거나 감염 개체수가 많지 않으면 단신 한 줄 쉽지 않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발표하는 방역 상황과 대책이 전부이고 이마저도 ‘위기 상황’이라는 미명 아래 무비판적으로 수용된다. 취재 과정에서 줄곧 들었던 반응도 ‘위기 상황에 이런 보도가 적절하냐’ ‘공무원 힘 빠지게’ 등의 냉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정부와 자치단체는 일당 받아 포획트랩을 관리하는 현장 관계자들만 나무랐다. 허탈했다.
현장의 얘기는 전혀 달랐다. ‘현장 한 번 나와보지도 않고 하는데 제대로 되겠냐’ ‘우리만 다치지 저 사람들은 아무 상관없어요’ ‘내 돈이면 이렇게 안해요’. 포획트랩은 멧돼지 포획을 위한 조그마한 장치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정부 방침’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무책임 행정의 민낯이 아닐까.
 
이번 취재를 통해 ‘취재원은 기자의 생명줄’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고비 때마다 취재원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무엇보다 항상 현장 기자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보도국 선후배님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