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회 지역기획보도부문_그 쇳물 쓰지 마라_포항MBC 장성훈 기자

포스코 직업병 * 공해 문제를 고발하다.
 
포스코의 영향력을 넘어서다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기획한 건 2019년 봄이다. 2018년부터 출입처를 포스코로 옮긴 뒤 포스코의 노동과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보도해오던 차였다. 취재의 시작은 포스코 퇴직 노동자 가운데 암과 백혈병, 루게릭병 등에 걸린 사람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었다. 애사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포스코 조직에서 나온 말이니 만큼, 분명 소문의 실체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직업병 제보를 받은 결과, 20명 가량이 폐암과 백혈병, 루게릭병 등 중대질환에 걸린 사실이 확인됐다. 제작은 일사천리도 진행될 것 같았지만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막상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요청하자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손사례를 쳤다. “포스코의 직업병을 고발하는 다큐에 출연해 포스코와 맞선다는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포스코 직원 뿐만 아니라 포항 시민의 상당수도 “포스코와 포항, 그리고 자신을 동일시한다” 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어렵게 출연한 제보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포스코에서 40년 근무한 뒤 폐암에 걸린 정원덕 씨의 기침소리는 촬영 내내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렸는데, 회사가 직업병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런 회사는 없어져야 한다” 라는 인터뷰는 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직업병 노동자들의 마지막은 하나같이 처참했다.
포스코와 불과 500미터 거리에 있는 포항시 해도동. 이곳 주민들의 쇳가루 분진 피해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쇳가루 분진을 뒤집어쓴 집과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 오래 전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 누구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 답답한 현실은 과연 이곳이 2020년의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 산단 인근 8개 읍면동지역에 사는 13만여 명의 주민이 산단 오염물질에 고노출되고 있다”는 환경부 보고서는 주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보고서를 직접 확인한 얼굴에는 걱정과 분노가 가득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당장 이사를 해야 하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환경성 질환에 걸려 고통을 받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 이런 포항에는 희망이 없다”는 하소연에서는 절망이 깊게 배어 있었다. 다큐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언론으로 연결되는 ‘침묵의 카르텔’의 민낯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다큐 방송 이후 포스코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고, 침묵의 카르텔은 또다시 입을 닫았다. 대신 포스코는 다큐를 제작한 기자 개인을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언론계로부터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전국적 반향…“포항MBC를 응원합니다
다큐의 반향은 컸다. 포스코 퇴직 노동자 10여명은 폐암과 루게릭병, 방광암, 세포림프종 등의 직업병을 호소하며 집단으로 산재 신청을 했고, 직업병 신고는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 전문가 단체들은 포스코 직업병 전수 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다큐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은 뜨거웠다. 포스코의 제철소가 있는 포항시과 광양시에서는 시민 1천 2백여 명이 “포항MBC를 응원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인증 샷을 찍은 뒤 온라인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큐는 포항MBC에서만 3차례 방송했고, MBC 전국 편성으로도 방송했다. 제철소의 직업병과 공해 문제를 다룬 다큐는 국제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에 힘입어, 영문 번역판 영상도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