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회 경제보도부문_한스바이오메드 의료기기 불법 제조 연속보도_뉴스타파 홍우람 기자

 
그 사람이 없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이야기
 
그분에 대해 먼저 말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름도 성도 입에 담지 않는 그 ‘선생님’의 존재, 그를 빼놓고는 이 이야기는 시작도 끝도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년 반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익명 제보와 1년의 기다림
2019년 8월 28일, 익명 제보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름 모를 제보자는 “꼭 만나뵙고 상의드리고싶습니다.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라고 사정했습니다.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내부비리를 알리고 싶다 했습니다. 위해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4등급 인체이식형 의료기기를 불법적으로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A4용지 딱 한 장을 채운 제보 내용에는 업체명도, 제품명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정말로 비리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그것도 충분히 갖고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서울 모처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그는 분에 맞지 않는 정보와 자료를 손에 쥐고서몇달은 고민한 상태였습니다. 언론도 쉽게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과 책임을 상상해보지 못한 채였습니다. 그에겐 변변한 법률대리인도 없었습니다. 더 캐묻지 않았습니다. 그를 보호하지 못하는 한 그의 이름도, 사건의 내용도 알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보도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스쳐간 수많은 제보자, 공익신고자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게 흘러갔으니까요. 그리고 그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대신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신고 절차를 알려줬습니다. 보도 여부와 사건 처리 기간에 상관 없이 함께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기자와 제보자,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던, 줄다리기의 시간들.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공익제보자 ○○○입니다.”
2020년 9월 어느날, 권익위 공익 신고 사건을 넘겨 받는 경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는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공익제보자 ○○○입니다.” 그리고 제보자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됐습니다. 1년 간 있는지도 없는지도 몰랐던 증거자료도 그즈음에야 넘겨받았습니다. 그의 말과 자료를 검증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법령과 규정, 국내외 연구결과를 뒤지고, 나서기 꺼려하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습니다. 그렇게 사실 관계를 확정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지워 나갔습니다. 제보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실은 입에 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파편적인 사실과 사실 사이를 억측과 의혹으로 채울 일도 없어졌습니다.
 
2020년 11~12월 11차례에 걸쳐 코스닥 상장사 한스바이오메드의 의료기기 불법 제조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로 문제의 회사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자사 인공유방 보형물을 비롯한 20여종의 의료기기를 식약처 허가사항을 무시하고 불법 제조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보도 이후, 불법 제조한 인공유방 제품은 판매중지·회수 명령을 받고 제품 출시 5년 만에 뒤늦게 퇴출됐습니다. 인공유방뿐 아니라 환자 치료에 쓰는 10여종의 제품을 불법 제조한 사실이 식약처 조사에서 또 확인됐습니다. 이제 행정처분에 따라 회사는 반년 간 제품 생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업무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 그때는 과연 안전한 의료기기를 생산할까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감독당국인 식약처가 제 할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한스바이오를 비롯한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공익신고자가 제보를 결심한 이유를 되새기기 바랍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환자에게 직접 이식이 되는 실리콘 의료기기 제품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법을 철저히 따라야 하며 윤리적으로 정직하고 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 회사라 생각합니다.”
 
권익위는 한스바이오메드 공익신고 사건을 2020년 올해의 공익신고로 선정했습니다. 보람도 잠시뿐, 공익신고자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역시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공익신고자에게 모든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