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회 지역기획보도부문_70년 비극의 씨앗 그리고 2,880_KBS춘전 박상용 기자

피해자에게 합당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도, 책자를 만들기 위해 통계를 작성하면서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지뢰와 폭발물 피해자가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존 피해자 6백 여 명을 포함한 지뢰, 불발탄 피해자는 2,880여 명! 제 생각에는 3천 명은 훌쩍 넘기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전쟁 이후 지뢰 피해자는 반세기 넘게 국가로부터 지원은커녕 어떠한 혜택이나 보살핌도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전쟁 65년이 지난 2015년에야 비로소 지뢰 피해자 지원법이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지원 금액이 산정돼 오래전에 발생한 사고일수록 지원금이 낮아지는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50~60년대에 피해를 당한 분들은 계산해보니 보상금이 몇 십 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결국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셈이지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취재를 하면서 당혹스러웠던 점은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 외국의 지뢰제거는 코이카 등을 통해 수 백 억 원의 원조금을 지원하는 우리나라가 정작 자국의 지뢰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은 무척이나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폭발물이나 불발탄 피해자는 더 말할 나위 없었구요. 제가 프로그램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부분은 지뢰피해자보다 2배나 많은 불발탄 피해자는 2천 명에 가까웠는데 이들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방송 이후 많은 제보와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뱉은 한결같은 말이 바로 ‘억울하다’였습니다.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국가의 부실 관리로 발생했던 각종 사고를 본인의 실수로 자책하며 살았던 겁니다. 전체 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20대 미만 미성년 때 발생한 만큼 어릴 때 겪은 사고가 피해자들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상당수의 피해자도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대부분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숱한 자료를 뒤지고 찾아가면서 먹먹함을 느꼈던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제가 사고 피해자들의 부모였거나 당사자였다면 평범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기란 정말로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더 명단을 찾고 기록하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이름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힘들 수도 있다는 작은 사명감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불발탄과 폭발물 피해자들도 정부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관련법을 즉시 개정해 이들의 억울했던 삶과 인생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줘야 합니다. 우리의 형편으로 보면 이제는 충분히 그럴 때도 됐습니다. 지켜보며 꾸준히 보도를 계속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제작 과정에서 많은 힘이 돼주고 조언을 해준 송승룡 취재부장과 보도국 구성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부족한 통계 작성 실력을 끊임없이 보완해준 아내 김수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