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회 뉴스부문_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불붙은 비혼 출산 논의_KBS 신지수 기자

 
가족의 탄생
‘방송인 사유리씨, 알지? 얼마 전 일본에서 아이를 낳았어.’ 회사 선배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놀라움은 잠시였다. ‘사유리씨가 결혼을 했었나?’ 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순간 울린 카톡. ‘자발적 비혼모가 됐대.’ 얼굴이 빨개졌다. 나도 모르게 결혼이 출산의 전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이 소식을 접했을 때의 반응처럼 하루 혹은 몇 시간 동안 그저 ‘연예인 출산 뉴스’로 뜨겁게 소비되다 끝나버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취재는 이런 반성에서 시작됐다.
 
불법도 아닌데 비혼은 안 돼?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해요. 한국에서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못 했어요. 할 수가 없었어요. 불가능했어요.“
사유리씨는 말했다. 취재를 해보니 불법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했다. 생명윤리법상 인공시술을 받을 때 배우자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는 배우자가 있을 때 이야기다. 하지만 병원들에서 돌아온 답변은 ‘안 된다’였다.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에 ‘부부’로만 한정해 불법인줄 알고 있었던 의사들도 있었다. 거기다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기증자의 정보를 요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증자의 정보를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규정도 전혀 없었다. 방송인 허수경씨가 2008년 비혼 출산을 했을 때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논의는 멈춰있었다. 사유리씨가 비혼 출산을 알아보며 부딪쳤을 ‘벽’이 그대로 느껴졌다.
모든 취재가 그렇지만 섭외도 난관이었다. 난자냉동, 정자기증 등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섭외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약속을 잡았는데 새벽에 취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도 마찬가지였다. 의도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너무 민감한 논의’, ‘아직 이르다’라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계속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혼 없는 출산·양육은 이기적일까
악플이 달리지 않을까. 사유리씨는 물론 보도를 하는 기자인 나도 걱정했다. 기우였다. ‘응원한다, 멋지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결혼과 출산이 ‘자기 결정권’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응원만큼 ‘우려’도 쏟아졌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아빠가 있어야 한다”, “이기적 선택”이라고 했다. 부모가 없는 가족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있는 가족만이 ‘정상’이고 혼자 크는 아이는 불행할까. 그 선택을 비난하기보다 여자든 남자든 혼자 아이를 잘 키울 수 없게 하는 사회 구조와 제도적 결함을 보완해야하지 않을까.
다행히 보도 이후 국회와 정부가 ‘비혼출산’에 대한 법적·정책적 검토를 시작했다. 부부를 기반으로 한 정책들에 대한 의문과 비판도 이어졌다ㅋ. 14년간 멈춰있던 논의가 첫 발을 다시 뗀 것이다. 이 보도가 공고했던 ‘정상가족’이란 틀을 조금은 깨뜨리는 작은 돌이 됐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