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회 기획보도부문_코로나 장발장 연속 기획보도_JTBC 봉지욱 기자

코로나 장발장작은 좀도둑의 큰 이야기
 
구운 달걀 18개에 징역 18개월?
 
구운 달걀 18개를 훔쳤는데, 검사가 징역 18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절도 전과가 많았습니다. 특정가중처벌법을 적용한 겁니다. ‘킬’을고민하다,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경기 남부권을 담당한 김도훈 기자가 현장으로 갔습니다. 며칠간 발로 뛰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코로나로 일용직 일감을 잃고 무료 급식소마저 문을 닫은 때였습니다. 며칠을 굶던 이 씨는 예전에 살던 고시원을 떠올렸습니다. 그곳엔 한 알에 300원씩 파는 구운 달걀이 있었습니다. 밤에 몰래 들어가 18알을 챙겨 나왔습니다. 그걸로 또 며칠을 버텼습니다. “아이구, 그 사람 불쌍한 사람인데…”. 동네 주민은 범인이 착하고 순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인생사가 궁금해졌습니다. 국선변호인과 주변인을 통해 촘촘히 파악했습니다. 절도 전과 9범. 전형적인 좀도둑이었습니다. 주로 구리전선, 손수레, 동파이프 등을 훔쳤습니다. 범죄일람표상 금액은 모두 700만 원 가량이었습니다. 그렇게 13년을 감옥에 있었습니다. 이 씨가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로 1심 유죄를 받은 사실도 미리 확인했습니다. 첫 보도 후, 일부 언론은 이 씨를 조직 구성원처럼 묘사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교통사고로 보행 장애를 얻고 일용직마저 어려워지자, 피싱 조직의 스팸 문자에 혹했습니다. 자신의 통장을 팔아넘긴 겁니다.
 
 
특가법으로 돌아가는 범죄의 쳇바퀴
 
그야말로 ‘범죄의 쳇바퀴’였습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제도조차 몰랐던 건 정말 놀라웠습니다. 전국 각지에 장발장이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 시장에서 생선을 훔친 ‘대구 장발장’.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친 ‘울산 장발장’. 하지만 이들은 운이 좋았습니다. 대구 장발장은 검사가 이례적으로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울산지법은 재판을 멈추고 특가법 제5조의4 조항에 대해 위헌을 가려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습니다. 앞서 의정부지법 판사도 위헌제청을 냈습니다. JTBC 보도 후, 현직 판사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넉 달간의 오랜 취재. 바람은 이렇습니다. 코로나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을 특가법 그물로 감옥만 보내는 게 능사일까요. 법적 처벌은 ‘교화’가목적입니다. 기초생활수급 제도, 공공일자리 알선 등 장발장을 범죄의 쳇바퀴에서 빼내기 위한 방법이 우선입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법도 고쳐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