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회_지역기획보도부문_공공성 사라진 분양전환 공공임대_KBS순천 곽선정 기자

공공임대아파트에 공공은 없었다
 
<공공임대아파트 임대사업자의 회생 신청>
세종시와 전남 광양, 강원 등 전국에 공공임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한 임대사업자가 회생 신청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자금난’ 때문에 회생 신청을 했다는 임대사업자. 왜 자금난이 생긴 건지, 회생으로 인한 임차인들의 불이익은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광양과 세종지역 임차인들을 만났습니다. 임대사업자는 ‘악덕기업’으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해 건설한 공공임대아파트는 5년이나 10년의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자격을 갖춘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 전환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업체는 분양까지 책임지지 않고 전문 임대업체에 매각해버렸습니다. 임대사업자끼리는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는 법 조항을 악용한 겁니다.
임대사업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해야 하는 ‘우선분양’을 많이 할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임차인에게 각종 이유를 들어 ‘부적격’ 판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적격세대에 대해서는 일반에 시세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매매가를 높이기 위해 임대사업자끼리 수차례 매각을 거치거나 부적격 임차인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해 웃돈을 받고 매각하는 불법도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억울하게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임차인들이 소송에 나서고, 지자체도 일반 분양가가 비싸다며 제동을 걸자 아파트를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자금난으로 회생을 신청하게 된 겁니다.
 
<자본금 8억 원으로 수천억 원대 아파트 소유…. 관리감독 받지 않은 ‘주택도시기금’>
해당 업체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자본금은 8억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전국에 수천억 원대의 아파트를 소유한 비결은 간단했습니다. 건설업체로부터 임대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주택도시기금 채무를 떠 안은 겁니다. 이른바 ‘갭투자’입니다. 자본금도 적고, 일반 매각을 통해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실한 재무 구조였는데도 주택도시기금을 관리하는 국토부나 수탁은행 측은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았습니다. 업체의 회생 신청으로 세대 당 4천 5백만 원~ 9천 만 원에 이르는 주택도시기금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건설할 때는 서민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해주는 ‘공공’임대 아파트였지만 이후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임대사업자의 수익 대상이 되어버린 말뿐인 공공임대 아파트. 보도를 통해 이 업체 뿐 아니라 전국에서 제2, 제3의 임대업체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공공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는 임차인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보도를 계기로 공공임대 아파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공공임대아파트가 원래 취지대로 ‘서민의 집’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